국어를 잘하는 친구가 수학도, 영어도, 과학도 잘하기 일쑤라는 사실을 아나요? '이게 무슨 말이지?'하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을 겁니다. 보통 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수학·과학 등에 약하고,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사람은 국어에 약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국어는 모든 학문의 바탕이 되는 과목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지식을 언어로 습득합니다. 수학 문제를 풀고 국사를 공부할 때도 모두 한국어를 씁니다. 따라서 언어 능력이 좋으면 모든 과목에서 독해 속도가 빠르고 이해도 깊어집니다.

의도를 파악하면 시험 문제가 보인다

중학생일 때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둔 어느 날이었습니다. 가정 선생님께서 지나가시면서 제게 "넌 이번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올 것 같니?"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이러저러한 문제가 나올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는 "넌 시험 문제를 이미 다 알고 있구나"라고 하시더군요. 당시에는 그 말씀의 뜻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전달하려는 내용을 잘 파악했다는 칭찬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어 능력이 좋은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상대방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만 잘 들어도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해" "이 내용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해"라고 강조하는 데다 교과서에도 설명이 상세히 나와 있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선생님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면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독후감 열심히 쓰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

우리는 책과 수업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암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체 내용 중 반드시 이해하고 암기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어 실력이 좋으면 이 과정이 쉽고 빨라집니다. 이것이 바로 '요약'입니다.

과목에 상관없이 같은 시간 교과서를 보거나 강의를 들어도 습득과 암기 양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국어 능력에 따라 글과 말의 내용을 파악하는 실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책을 보고 강의를 들으면서 바로바로 요약해서 주요 내용을 파악하고 암기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더 효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하지요. 그것이 바로 공부 잘하는 비결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글짓기 학원에서 신문 기사를 읽고 다섯 줄로 요약하는 숙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요약이 뭔지 잘 몰라 기사를 옮겨쓰다시피 해갔습니다. 제 숙제를 본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요약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문단별로 내용을 읽고 이해한 뒤, 한 문장으로 줄여 쓰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이렇게 글의 구조, 유기적 관계 등을 파악하는 훈련할 수 있었습니다.

국어 시간에 독후감 쓰기를 자주 하지요?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게 하려고 독후감 과제를 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독후감은 글 내용을 요약하기 위한 목적도 큽니다. 독후감을 쓸 때 수십 쪽에서 수백 쪽에 달하는 책을 읽은 뒤 내용을 줄이고 느낀 점을 적을 거예요. 책 주제가 무엇이고 이면에 숨겨진 뜻은 무엇인지도 파악하지요. 이 훈련을 반복하면 시험 문제인 '지문을 읽고 주제를 파악하라' '지문 내용을 잘못 파악한 것을 고르라'는 단골 질문에 강해질 수 있답니다.

김태훈 선생님은…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수석 입학 및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수석 졸업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껴 아프리카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산3.0 '공부 자존감' (김태훈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