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리의 집에 놀러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어질러 놓지 마. 유리네 엄마가 다 치워야 해. 그리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많이 먹지 마." "알겠어." 나는 엄마의 잔소리를 안 들으려고 집을 나가려고 했다. 엄마가 내 가방을 잡아당겼다. 나는 뒤로 넘어질 뻔했다.

"또 왜?" 나는 엄마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사탕이 왜 이렇게 많아?" 엄마는 가방을 뒤지며 말했다. 나는 대답을 못하고 땅만 쳐다봤다. 엄마는 무엇이라고 할 것 없이 모두 끄집어냈다. 나는 엄마가 다른 것들도 꺼내는 동안 몰래 바닥에 떨어진 사탕을 주머니에 넣었다. "엄마가 사탕이랑 과자, 음료수 조금 뺐어." 엄마는 가방을 내밀었다. 나는 가방을 맸다. 유리네 집에 가서 신나게 놀 생각을 하니 기뻤다.유리네 집에는 다른 아이가 있었다. "저 아이는 누구니?" 나는 유리에게 물었다. "서연아, 이 친구는 우리 학교에 새로 전학 온 민지야." 유리는 민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유리네 오기 전에 잔소리 계속했어." 민지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진짜? 우리 엄마도!" 민지의 엄마가 꼭 우리 엄마 같았다. "우리 '엄마 잔소리 따라 하기 대회' 열래?" 유리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 민지와 나는 모두 좋아했다.

우리는 모두 유리의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먼저 시작했다. "유리네 집에 가서 어질러 놓지 마. 유리네 엄마가 다 치워야 해. 몸에 안 좋은 음식 많이 먹지 말고." 나는 엄마를 똑같이 따라 했다. "유리네 집에 있는 거 막 만지지 마. 너 엄마랑 약속했다." 민지가 엄마 잔소리를 따라 했다. 나는 엄마 몰래 주워 온 사탕을 유리와 민지에게 주고 한 개는 내가 까서 먹었다. "맛있다. 고마워 서연아." 유리는 사탕을 쪽쪽 빨며 말했다. 나는 내 가방을 열었다. 사탕 여섯 개가 손에 잡혔다. "두 개씩 더 먹으면 되겠다." 나는 유리에게 사과 사탕 두 개, 민지에게는 포도 사탕 두 개를 줬다.

"저기 누울래?" 유리가 침대를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유리를 따라 침대에 누웠다. "아 포근해." 민지가 이불을 덮으며 말했다. "얘들아, 너희를 가장 속상하게 하는 일은 뭐니?" 유리가 갑자기 물었다. "나는 엄마가 동생은 안 혼내고 나만 혼냈을 때." 민지가 눈을 감고 말했다. "엄마가 나한테 잔소리할 때." 나는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나는 사람들이 내 이름이 조금만 건드려도 깨지는 것처럼 소심하다고 할 때야." 유리가 말했다. "너는 예쁘고 착하잖아.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그래." 나는 유리를 보고 웃었다.

"맞아." 민지는 언제 들었는지 침대에서 뛰며 말했다. "너희도 해봐. 재밌어." 유리와 나도 같이 뛰었다. 우리는 나머지 사탕을 들었다. "이것은 우리의 우정 사탕이야." 나는 조용히 말했다. "사탕 먹자!" 우리는 우리의 우정 사탕을 먹었다. 오늘은 엄마의 잔소리를 피해서 다행이었다. 지겨운 그 잔소리!

〈평〉 제목이 재밌는 이 글은 분류하기가 아리송하다. 글쓴이의 생활문인가 싶었는데 아니다. 그렇다고 창작동화도 아니고. 그 까닭은 글의 화자가 ‘서연이’라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글쓴이의 이름이 아닌데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에서도 서연이가 등장한다. 혹시 글쓴이의 다른 이름은 아닌지 궁금하다.
노상 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지겨워하면서도 ‘잔소리 따라 하기 놀이’를 하는 걸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지겨운 잔소리’라면서도 글의 분위기는 밝고 명랑하다. 잔소리에 사랑이 담겨서일까?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짜증이 묻어나지 않는다. 짧지 않은 글을 죽 써내려간 문장력에 끌려서 읽기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다만 음이 비슷한 낱말의 맞춤법에 주의해야겠다. ‘가방을 맸다’는 ‘가방을 멨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맸다’는 ‘운동화 끈을 맸다’와 같은 경우에 써야 한다. 2학년이라기엔 세련된 글 솜씨를 칭찬하며 입선에 올린다. 아직 어리고 파란 글싹을 잘 키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