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샬롯의 거미줄’ 포스터.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새천년을 맞이하기 직전인 1999년 12월, 미국의 유명 출판 서평지인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작가와 교육자·출판인·도서관 사서 등을 대상으로 특별한 조사를 하나 진행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출간된 모든 어린이 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묻는 조사였죠. 이때 1위로 뽑힌 책이 바로 엘윈 브룩스 화이트의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입니다.

아동문학의 고전(古典·오랫동안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 작품)으로 불리는 이 책은 영리한 거미 샬롯과 순수한 돼지 윌버의 우정을 그린 동화인데요. 1952년 출간 이후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의 '인생 책'으로 꼽혀요. 샬롯의 거미줄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내가 크리스마스에 햄이 된다고?" "걱정하지 마. 내가 널 지켜줄게!"

꼬마 돼지 윌버는 작고 약하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돼지 농장 주인인 애러블씨에게 죽임을 당할 뻔해요. 다행히 애러블씨의 막내딸 '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죠. 어느새 훌쩍 커버린 윌버는 펀의 곁을 떠나 다른 농장으로 팔려가요. 엄마 같은 존재였던 펀과 헤어진 윌버는 낯선 농장에서 외롭고 슬픈 나날을 보내죠. 이때 축사 모퉁이에 거미줄을 짓고 사는 거미 샬롯이 윌버의 소중한 친구가 돼 준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축사에 사는 늙은 양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사람들이 너를 맛있는 햄으로 만들 거야."

깜짝 놀라 펑펑 우는 윌버에게 샬롯은 이렇게 말합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널 구할 거야!"

샬롯은 윌버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라면 어떤 시련도 두렵지 않아요

"너는 대단한 돼지야!"

윌버가 나약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샬롯이 해준 말이에요. 샬롯은 윌버를 '눈부시게 멋진 돼지'라고 부르며 힘을 북돋아 줘요.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던 윌버도 이런 응원에 힘입어 점차 멋진 돼지로 성장하죠. 샬롯의 거미줄이 출간 이후 지금까지 세계 각국으로 4500만 부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기 돼지 윌버가 샬롯이라는 친구를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가, 인간이 어른이 돼 가는 과정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죠.

윌버를 보세요. 태어나자마자 죽을 위기에 처하고, 믿고 따랐던 존재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기도 하죠?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윌버처럼 크고 작은 시련을 겪어요. 어느 날 갑자기 고난이 닥쳐도 샬롯처럼 좋은 멘토와 함께라면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다고 책은 이야기한답니다.

그런데 정말 샬롯은 윌버를 구했을까요? 결론만 말하자면, 샬롯은 기발하고도 멋진 방법으로 윌버를 구해냅니다. 여러분도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부모님, 친구, 선생님처럼 언제나 곁에서 여러분을 응원해주고 힘들 때 도와주는 멋진 동반자가 한 명쯤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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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윈 브룩스 화이트(1899~1985)

완벽한 문학 작품, 세상에 내놓다

작가가 되기 전 오랫동안 한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했습니다. 기자 생활에 지친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한적한 시골마을로 떠났어요. 그곳에 작은 동물 농장을 꾸리고 가장 자신 있던 글쓰기에 푹 빠져 살았죠. 저는 평생 딱 세 권의 어린이 책을 펴냈는데요. 모두 제가 좋아하는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바로 ‘샬롯의 거미줄’과 ‘스튜어트 리틀’ ‘트럼펫 부는 백조, 루이’입니다. 이 세 권의 책은 전부 영화로 만들어졌죠. 특히 샬롯의 거미줄의 인기가 대단했어요. 뉴욕타임스가 ‘문학 작품으로서 완벽하다’고 극찬할 정도였으니 말이에요. 저는 숨 쉴 틈 없이 바쁜 기자로 살 때보다 순수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지을 때 훨씬 행복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