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파라오로 '소년왕' 투탕카멘이 꼽힙니다. 바로 다음으로 '라메세스 2세'가 떠오르지요. 라메세스 2세는 고왕국·중왕국·신왕국으로 나뉘는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라메세스 시대'(기원전 1295년~기원전 1069년)로 불리는 19 왕조와 20 왕조 중 19 왕조의 3번째 파라오였어요. 왕조의 시초이자 할아버지인 라메세스 1세와 팔레스타인·시리아 정벌에 힘쓴 아버지 세티의 뒤를 이었죠. 무려 90세까지 장수한 라메세스 2세는 66년 동안 왕국을 통치했어요. 이웃 나라를 정복하고 영토를 크게 넓혀 후대에 '라메세스 대왕'이라고 불렸지요. 라메세스 2세는 자기애가 강해서 자기 업적을 기리는 수많은 기념물을 세우기도 했답니다.

통치 기간에만 10만 대군 이끌어

라메세스 2세는 원래 아버지 세티의 후계자가 아니었어요. 황태자인 형이 있었죠. 하지만 라메세스 2세가 14살이었을 때 형이 죽으면서 19 왕조의 후계자가 됐어요. 키가 크고 몸이 다부졌던 그는 세티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일찍부터 함께 전쟁터에 나가 군사적인 능력을 키웠답니다. 25세에 파라오로 등극하기 전부터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한 라메세스 2세는 이집트 역사상 최고의 군사 전문가이자 전략가로 꼽혀요. 직접 군대를 이끌고 시리아·리비아 지역을 제압했죠. 이집트 북부 지중해를 누볐던 해적들도 소탕했어요.

이집트 군대는 신들의 이름을 딴 ▲라 ▲프타 ▲아문 ▲세트의 4개 부대로 나뉘었어요. 각 부대는 보병과 마차(전차)를 모는 특수 군인을 포함해 5000명 규모였죠. 모두 합쳐 2만 명 정도 됐는데, 라메세스 2세는 통치 기간에 병력을 5배로 늘려 10만 명의 대군을 이끌었답니다.

히타이트와 평화 조약 맺다

라메세스 2세가 벌인 가장 유명한 전투는 히타이트와 벌인 '카데쉬 전투'예요. 카데쉬는 시리아에 있는 중요한 무역도시였어요. 이집트인들과 히타이트인들이 오랫동안 이곳을 두고 싸웠죠. 라메세스 2세의 아버지 세티가 카데쉬를 정복했지만, 히타이트의 무와탈리스 2세에게 다시 빼앗겼죠.

라메세스 2세는 카데쉬를 찾기 위해 수도를 남부 테베에서 북부 피라메세스로 옮기고 엄청난 양의 무기를 만들었어요. 가볍고 사정거리도 긴 활과 튼튼한 방패, 거대한 전차를 생산했죠. 2주마다 1000개의 무기와 250대의 전차를 만들었다고 전해져요.

안타깝게도 라메세스 2세는 히타이트를 이기지 못했어요. 뛰어난 군인이었던 라메세스 2세였지만 이 전투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 하지만 히타이트 역시 많은 군사를 잃었고 카데쉬 지역에 대한 영향력도 약해졌어요.

라메세스 2세는 결국 히타이트와 평화조약을 맺었어요. 늘 서로 으르렁댔던 이집트인과 히타이트인이 처음으로 ‘앞으로는 싸우지 말자’고 약속했어요. 이 덕분에 시리아의 국경 지역에는 오랫동안 평화가 머물렀답니다.

라메세스 2세는 건축왕?

라메세스 2세는 건축에 열정을 불태운 파라오이기도 해요. 이집트 안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건축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라메세스 2세는 선조들이 지었던 신전들을 보수하거나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증축했어요. 자기 업적을 후대에 알릴 건축물도 많이 지었어요. 라메세스는 자신을 뽐내기를 좋아했거든요.

‘라메시움’은 나일 강 서쪽에 있는 거대한 신전이에요. 엄청나게 큰 라메시스 2세 동상으로 유명해요. 이집트인들은 라메세스 2세가 죽은 뒤 그의 영혼을 기리며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어요.

‘아부 심벨’은 이집트 남부 누비아 지역에 들어선 신전이랍니다. 라메세스 2세가 자기 권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 만들었어요. 이곳에도 어김없이 라메세스 2세의 동상을 세웠어요. 누비아인들을 벌벌 떨게 할 만큼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죠. 4개의 라메세스 2세 동상 높이는 각각 20m가 넘는답니다.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상형문자를 전공한 이집트학자 강주현 선생님은 2012년부터 올초까지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집트 문명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3000년 전 고대 이집트 동화를 번역한 ‘파피루스 속의 이야기 보따리’ 시리즈를 펴내고 있습니다.

90세까지 장수… 알려진 자식만 200명!

라메세스 2세의 모든 것!

―성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성경에 나오는 모세가 잔인한 파라오의 폭정에 맞서 이스라엘의 노예들을 탈출시켰다고 말해요. 그리고 이 파라오가 라메세스 2세라고 주장하지요.

―고대 이집트인의 평균 수명은 30세였어요. 25세만 돼도 ‘노인’ 취급을 받았죠. 역사에는 라메세스 2세가 무려 90세까지 살았다고 기록돼 있어요. 그래서 이집트인들을 라메세스 2세를 ‘위대한 조상’이라고 부르며 신처럼 받들었답니다.

―라메세스 2세는 6명의 왕비를 두고 200여 명의 자식을 낳았다고 해요. 학자들은 이것이 ‘공식적인’ 기록일 뿐 실제로는 부인과 자식이 훨씬 더 많았을 거라고 추측하죠.

―라메세스 2세가 죽은 뒤 그의 몸은 미라가 돼 파라오들의 무덤인 ‘왕들의 계곡’에 묻혔어요. 왕들의 계곡은 이집트 중부 룩소르 지역에 있어요. 깊고 험난한 계곡과 골짜기로 온통 둘러싸여서 파라오의 미라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장소로 여겨졌죠. 하지만 라메세스 2세의 미라를 노리는 도굴꾼이 너무 많아서 이집트 사제들은 몇번이고 미라를 다른 장소로 옮겨 숨겼다고 해요. 라메세스 2세의 미라는 지난 1881년 ‘엘-바하리’라는 장소에서 발견돼 지금은 이집트의 카이로박물관에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