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경쾌하게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을 열어 주는 소리가 들렸고 들어가자마자 에어컨처럼 시원한 웃음으로 친구가 나를 반겨주었다. 친구는 식탁에 있는 물컵을 들고 위층으로 따라오라고 했다. 물컵에는 각얼음이 들어 있는 시원한 음료수가 있었다. 그 덕분에 내 손은 차가워졌다.

위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다락방은 잡동사니들로 가득했다. 오래된 책, 앨범들, 색깔이 바랜 책상과 의자…. 아파트에 사는 나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새로움을 느꼈다. 네모난 각설탕처럼 생긴 아파트보다는 정리되지 않았지만, 위층으로 가는 계단부터 다락방까지 가는 동안에 은신처 비밀공간으로 가는 '안네의 일기' 속 안네가 된 것 같았다.

친구는 다락방에서 옥상으로 갈 수 있게 창문을 열어주었다. 창문을 뛰어넘으니 크디큰 평상 하나가 있었다. 친구는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평상을 밀어줬다. 키가 큰 친구는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나는 키가 작기 때문에 친구는 목욕탕 의자를 대고 올라갔다.

옥상으로 올라가니 많은 것이 보였다. 간판을 고치는 아저씨가 계셨다. 바닥에는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통에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 환경에 집중하느라 옥상을 많이 둘러보지 못한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렸다.

친구가 평평한 곳에 푹신한 이불을 깔아놓고 우산으로 햇빛을 가렸다. 친구는 또 언제 가져왔는지 과자를 먹자고 했다. 과자를 먹으면서 옛날에 있었던 일, 서로에게 서운한 일 등 얘기를 하며 우정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마치 엉킨 실 뭉치가 풀린 것처럼 말이다. 중학교에 가서도 친한 친구가 되기로 손가락도 걸었다.

어느덧 점점 깜깜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뒷정리를 하고 옥상에서 내려왔다. 오늘의 우리는 별빛처럼 빛났다. 앞으로도 우리는 빛날 거다. 오늘 우리가 만든 우정이라는 별 하나 때문에.

〈평〉 친구네 집 다락방까지 가는 동안 은신처 비밀 공간으로 가는 ‘안네의 일기’ 속 안네가 된 것 같다는 글쓴이의 표현 덕분일까? 독후감이 아닌데도 독서로 다져진 내면의 힘이 느껴진다. 글 곳곳에 자리 잡은 뛰어난 비유들이란! ‘에어컨처럼 시원한 웃음’ ‘네모난 각설탕처럼 생긴 아파트’ ‘엉킨 실 뭉치가 풀린 것처럼’ 모두 꼭 알맞은 자리에 썼기에 매력이 넘치는 글이 됐다. 마치 글쓴이가 아파트에선 볼 수 없는 다락방의 오래된 책들, 색깔이 바랜 책상 같은 잡동사니에 새로움을 느낀 것처럼. 글쓴이는 처음 간 친구네 다락방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맛깔 나게 풀어냈다. 여기서 우정까지 빛냈다니 대단하다. 많은 책을 읽었기에 가능한 멋진 글 솜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많은 돈을 가진 부자? 높은 자리를 차지한 권력가? 아니다. 좋은 친구를 가진 사람이 가장 성공한 사람이다. 옥상에서 손가락 걸고 다짐한 마음, 우정이라는 별이 내내 빛나기를 바라며 가작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