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와 당나라, 손잡다

'김춘추'는 신라 제27대 왕인 선덕여왕과 그 뒤를 이은 진덕여왕 때 활약한 정치인이에요. 당시 신라는 하루가 멀다고 이어지는 백제의 공격으로 서쪽 지역 40여 개 성을 빼앗기는 등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지요. 게다가 경주와 가까운 '대야성'마저 백제 군사에게 빼앗기면서 성주였던 김춘추의 사위와 딸이 죽는 일까지 있었어요.

신라 혼자만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김춘추는 선덕여왕 허락을 받아 사신 자격으로 고구려에 찾아갔어요. 신라와 고구려가 연합해 백제를 무찌르자고 제안하기 위해서였지요. 하지만 당시 고구려 최고 권력자였던 '연개소문'은 김춘추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커녕 도리어 신라가 빼앗아 간 고구려 땅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며 김춘추를 가뒀어요. 며칠이 흐른 뒤에야 김춘추는 간신히 고구려를 빠져나왔어요.

김춘추는 다음으로 중국 당나라를 찾아갔어요. 당나라는 신라를 돕겠다고 약속했답니다. 당나라가 김춘추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바로 그동안 번번이 고구려 정복에 실패했기 때문이에요. 당나라는 신라와 함께 백제를 무너뜨린 다음 고구려를 차지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거예요.

마침내 이뤄 낸 삼국 통일

탁월한 외교 능력을 발휘하며 신라와 당나라 연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춘추는 얼마 뒤 진덕여왕의 뒤를 이어 왕의 자리에 올라요. 그가 바로 신라 제29대 왕인 '태종 무열왕'이지요. 당시 신라에는 '골품 제도'라는 엄격한 신분 제도가 있었어요. 신분제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성골' 귀족에게만 왕이 될 자격이 있었어요. 그런데 진덕여왕을 끝으로 성골이 사라져 그다음 신분이었던 '진골' 중에서 왕을 뽑을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두 여왕을 도와 신라 정치를 이끈 김춘추가 진골 최초로 신라 왕이 될 수 있었지요. 왕이 되고 나서 김춘추는 나·당 연합군을 만들어 백제를 무너뜨렸어요. 8년 뒤 김춘추의 아들이자 신라 제30대 왕인 '문무왕'이 고구려 수도 평양성까지 정복하면서 마침내 '삼국 통일'을 이뤘어요. 이처럼 김춘추는 뛰어난 외교 능력을 발휘한 정치인이자 삼국 통일이라는 의미 있는 역사를 만든 뛰어난 왕으로 평가받아요. 한편 중국 당나라와 손을 잡고 같은 민족인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뜨렸지만 고구려 땅 대부분을 당나라에 내주고 말았다는 점 때문에 삼국 통일 과정과 결과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답니다.

소담주니어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를 빛낸 100명의 정치인’ (장현주 글, 강준구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