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오취리, 타일러 라쉬, 알베르토 몬디…. 여러분도 TV에서 한 번씩은 들어 본 이름이죠! 요즘 우리나라에서 끼와 능력을 뽐내는 외국인이 정말 많습니다. 한국말로 능숙하게 농담까지 던지는 걸 보면 ‘저 사람 원래 한국인 아닌가?’ 싶을 때도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우리말을 쓰고 살았던 외국인들을 역사 책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그 옛날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외국인들은 어디서 왔으며 어떤 계기로 머무르게 됐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가야와 인도를 이어준 허왕후

삼국유사에는 인도 야유타국의 공주 허황옥(?~188)이 가야의 김수로왕과 결혼하기 위해 배를 타고 왔다고 나와 있어요. 어느 날 허황옥의 부모님이 꿈을 꿨는데 옥황상제가 나와 "가야 김수로와 혼인시키라"고 명을 내렸기 때문이래요. 허황옥은 48년에 오빠와 함께 배를 타고 와서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부인이 됐어요. 이후 '허왕후'라고 불렸지요.

허왕후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인도 문화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요. 허왕후가 온 뒤로 가야에 인도 불교가 퍼지기 시작했대요. 두 아들과 함께 김씨가 아닌 허씨 성을 쓰겠다고 수로왕에게 부탁해서 김해 허씨의 뿌리가 됐어요.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고 왔습니다. 두 사람은 허왕후를 기념하는 공원 착공식에서 2000년 넘는 우리나라와 인도의 인연을 앞으로도 이어가자고 약속했대요. 허왕후가 정말 인도에서 왔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제 허왕후가 두 나라를 이어주는 상징이 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개천 용에게 벼슬 기회를! 과거제 건의한 쌍기

태조 왕건 이후 고려의 왕권은 매우 약해졌어요. 지방 귀족인 호족들이 권력을 차지하려고 서로 다퉜기 때문이죠. 이걸 바로잡은 인물이 고려의 네 번째 왕 광종입니다. 광종은 외국인 쌍기(?~?)의 건의를 받아들여 과거제를 도입했어요. 쌍기는 중국의 후주 사람이었는데 고려에 사신으로 왔다가 병이 나는 바람에 귀화(국적을 얻음)했어요. 과거제는 나라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관리로 뽑는 제도입니다. 호족 출신이 아닌 평범한 집 자녀에게도 관직에 나갈 길을 열어줬어요.

쌍기 말대로 과거제도를 시행한 이후 호족은 약해졌고 광종은 왕권을 강화할 수 있었답니다. 과거제는 조선 후기까지 1000년간 이어졌답니다.

푸른 눈의 조선인, 박연

불의의 사고로 우리나라에 머물게 된 외국인도 있답니다. 박연(?~?)은 조선으로 귀화한 첫 번째 외국인이자 서양인입니다. 원래 이름은 얀 야너스 벨테브레이, 아주 길죠?

박연은 네덜란드의 뱃사공이었어요. 1627년 일본으로 가던 중 태풍을 만나 제주도 해안으로 떠밀려 왔어요. 같이 온 동료 두 명과 한양으로 올라가 무기 만드는 일을 했죠. 박연은 무과에도 급제했고, 명나라에서 홍이포를 가져다 조선군에게 사용법을 지도하는 등 조선의 무인으로 열심히 살아갔어요.

박연은 조선 여성과 가정을 꾸리고 모국어까지 잊어버릴 정도로 '프로 조선인'이 됐는데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훗날 제주도로 떠밀려온 네덜란드인 하멜을 만납니다. 이때 박연은 서툰 네덜란드말로 하멜에게 말했대요. "살다 보니 살아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