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은 이집트 신왕국 시대 18 왕조의 12번째 파라오예요. 기원전 1346년쯤 태어나 10살 때 왕위에 올라 9년간 이집트를 다스렸죠. 5000년 넘는 이집트 문명의 역사는 170여 명의 파라오를 기록하고 있어요. 피라미드와 대신전 등 기념비적인 건물을 짓거나 시리아와 리비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켜 이집트의 영향력을 키운 이전 파라오들과 비교하면, 투탕카멘은 화려한 업적을 이룩하지는 못했어요. 오직 '네브케페루레(살아 있는 태양신 라)'라는 파라오에 오를 때의 이름만 전해질 뿐이었죠.

그러다 1922년 11월 4일,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견했어요. 수천 년간 베일에 싸였던 소년 왕의 존재가 드러났죠. 이후 투탕카멘은 '투트'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파라오가 됐답니다.

▲ 유리와 수정, 금, 흑요석 등으로 덮인 투탕카멘의 관

투탕카멘, 원래 이름은 '투탕카텐'

투탕카멘의 원래 이름은 투탕카텐이었답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어요. 투탕카멘이 태어나기 전, 그의 아버지인 아멘호테프 4세는 여러 신을 믿었던 이집트의 전통을 깨고 아텐 신만 섬기기로 결정해요. 자기 이름을 아케나텐으로 바꾸고 자식들 이름도 아텐이라는 단어를 넣기로 하죠. 그래서 아들의 이름을 투탕카텐이라고 지은 거예요. 아케나텐이 죽고 나서 이집트는 다시 여러 신을 믿는 사회로 돌아갔어요. 투탕카텐은 이름을 투탕카멘으로 바꿨죠. 투탕카멘은 '살아 있는 아문 신'이라는 뜻이에요.

투탕카멘은 어린 나이에 파라오가 된 것으로 유명하지만, 20세가 채 안 돼 세상을 떠난 비운의 왕으로도 잘 알려졌죠. 학자들이 연구한 바로는 투탕카멘은 사냥하거나 전쟁터에서 전차 사고를 당해 죽은 것으로 추정돼요. 젊은 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집트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답니다. 장례를 담당한 사제들도 당황했던 것 같아요. 투탕카멘의 장례 의식을 치르면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거든요.

투탕카멘의 미라에는 심장이 없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을 미라로 만들면 사후세계에서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믿었어요. 미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몸속 모든 장기를 제거해야 하는데요. 유일하게 심장만큼은 그대로 뒀답니다. 심장에 영혼이 담겼다고 믿었거든요. 하지만 놀랍게도 투탕카멘의 미라에는 심장이 없어요. 대신 심장 모양 부적이 들어 있었죠. 학자들은 아마도 투탕카멘이 죽었을 때 심장을 심하게 다쳐 복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안으로 부적을 넣었을 거라고 추정해요.

투탕카멘의 관에 얽힌 이야기도 있어요.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 있는 투탕카멘의 관은 아름답기로 유명해요. 파라오의 모습을 딴 3개의 황금관이 러시아 인형처럼 포개져 있지요. 이 관들은 거대한 석관 안에 담겨 있어요. 그런데 사실 이 관들은 투탕카멘을 위한 것이 아니었답니다. 투탕카멘이 갑자기 죽으면서 다른 파라오를 위해 만든 관을 사용하게 된 거예요. 두 번째 관은 투탕카멘이 파라오가 되기 전 짧게 집권한 스멘카레의 것으로 추정해요.

투탕카멘의 ‘데스마스크(death mask)’에 얽힌 일화도 재밌어요. 데스마스크는 죽은 파라오의 영혼이 자기 육체를 찾아가라고 만든 장례용 가면이에요. 그런데 투탕카멘의 데스마스크는 여성용이에요. 귓불에 귀걸이를 달았던 구멍이 뚫려 있었거든요. 이집트에서 귀걸이는 오직 여자들만 착용했답니다. 투탕카멘의 데스마스크 안쪽에는 아버지 아케나텐의 왕비이자 아케나텐 사망 이후 이집트를 잠시 통치한 여성 파라오 네페르티티의 이름이 적혀 있답니다.

유물 그리는 삽화가, 고고학자가 되다

하워드 카터(1874~1939)는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견하고서 그 이름이 세계에 알려졌어요. 수십 년간 현장을 누빈 그의 경험과 노력이 없었다면 투탕카멘의 무덤은 아마도 훨씬 더 늦게 발견됐을 거예요.
사실 카터는 고고학 학위를 받거나 정규 대학교 과정을 마친 사람은 아니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가 그의 재능을 높이 산 이집트 발굴협회의 지원을 받아 1891년 17세 나이에 이집트를 처음 밟았죠. 그의 업무는 영국인 고고학자인 플린더스 페트리를 도와 현장에서 발견된 유물을 스케치하는 것이었어요.
페트리는 카터의 영민함을 알아보고 그를 조수 겸 제자로 삼아 고고학을 가르쳤어요. 카터는 상형문자와 고고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훗날 고고학자이자 이집트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떨쳤죠. 카터는 25세 젊은 나이에 이집트 유물국 최고 사무관으로 임명돼요.

그리고 1922년 11월 4일 마침내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견했죠. 투탕카멘의 무덤은 이집트 ‘왕들의 계곡’ 안에 있는 라메세스 6세 무덤 아래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답니다. 만약 카터가 이집트 사막의 모래를 다 파헤치고 다니면서 23년이나 찾아다니지 않았다면 지금도 땅속에서 잠자고 있을지도 몰라요. 하워드 카터의 친구인 카나본 경도 투탕카멘 왕의 무덤을 세상에 나오게 한 인물이에요. 그는 오랜 시간 카터를 믿고 끝까지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