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유엔아동권리협약 아동 보고서 집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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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06 10:07

성적순으로 차별하고, 존중 없는 교실…
"우리가 겪는 문제, 관심 가져주세요"

"어른들은 아동들한테 '너희는 아직 미성숙해서 올바른 판단이 어려우니까 어른 말을 들어야 한다'고 해요. 하지만 아동이 겪는 문제는 아동 스스로 제일 잘 알아요. 그래서 우리 이야기를 직접 전하기로 했어요."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제작에 참여한 박주현(전주 우전초 6) 양이 말했다. 초·중·고 학생으로 구성된 23명의 집필진은 지난달 '교육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동'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작성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주제 선정부터 조사, 글쓰기까지 모든 과정을 이들이 주도했다. 내년 2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직접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보고서와 정부가 작성한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국가보고서'를 참조해 정부에 아동 인권 향상을 위한 권고를 내린다. 지난 1일, 서울 마포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집필진 중 다섯 명과 마주 앉았다.


	“이 보고서에 우리 의견을 담았어요.”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주제는 ‘교육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동’이다. 소주제는 ‘건강·휴식·여가’ ‘시민적 권리와 자유’ ‘공교육’ ‘교육 격차’ ‘입시제도’ 등 다섯 가지다. (왼쪽부터) 박주현(우전초 6)·조은경(중앙대사범대부속고 1) 양과 이수종(가재울중 3) 군, 강가현(아라중 2)·김도현(다산중 3) 양.
“이 보고서에 우리 의견을 담았어요.”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 주제는 ‘교육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동’이다. 소주제는 ‘건강·휴식·여가’ ‘시민적 권리와 자유’ ‘공교육’ ‘교육 격차’ ‘입시제도’ 등 다섯 가지다. (왼쪽부터) 박주현(우전초 6)·조은경(중앙대사범대부속고 1) 양과 이수종(가재울중 3) 군, 강가현(아라중 2)·김도현(다산중 3) 양. / 김종연 기자

아동이 느끼는 실질적 문제점 담아

집필진은 2015년부터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국제아동인권센터·유니세프한국위원회·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원하는 '아동권리 스스로 지킴이'에 자원해 활동했다. 폭력, 차별, 놀 권리 등을 주제로 피켓 시위, 토크 콘서트 등을 진행했다. 이때의 경험이 보고서 작성의 바탕이 됐다.

"평소 학생들이 겪는 문제 대부분은 '교육'과 연관돼 있었어요. 대주제를 '교육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동'으로 정하고, 소주제를 '건강·휴식·여가' '교육 격차' 등 5개로 나눴어요." 조은경(서울 중앙대사범대부속고 1) 양이 말했다. 집필진은 특히 '성적에 따른 차별'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자습 공간을 준다거나,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성적이 좋은 학생이 먼저 선택할 권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각자 수집해 온 자료를 검토하는 집필진 모습. 아동보고서를 최종 완성하기까지 총 열 달이 걸렸다.
지난 1월 각자 수집해 온 자료를 검토하는 집필진 모습. 아동보고서를 최종 완성하기까지 총 열 달이 걸렸다.

학생들은 "국가보고서에는 허울뿐인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초·중·고 취학률이 90% 이상이라며 교육 기회가 보장된다고 하거나, '학생인권조례'를 근거로 아동을 충분히 존중한다고 주장한다는 것. 강가현(제주 아라중 2) 양은 "단순 수치나 조례보다 중요한 건 그것들이 아동의 일상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조례가 있긴 하지만 강제성이 없으니 학교에서 잘 지켜지지 않아요. 예를 들면 학생인권조례에서는 성적 공개를 금지하는데 선생님들은 시험 점수를 크게 불러주거나 칠판에 붙여놔요. 그럴 때 수치심이 들어요. 학생회 지원을 성적으로 제한하기도 해요. 학교에서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말을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시민으로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할 거예요."

"우리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지난 1월부터 아동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3개월 동안 아동권과 관련된 기사·논문·통계 등을 수집했다. 직접 46개의 설문 문항을 만들어 온·오프라인 1500명에게 답변을 받기도 했다. 심도 깊은 정보가 필요할 땐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2차 집필진 워크숍’에서 집필진 중 한 명이 작성한 ‘우리가 바라는 세상’.
‘제2차 집필진 워크숍’에서 집필진 중 한 명이 작성한 ‘우리가 바라는 세상’. / 아동권리 스스로 지킴이 사무국 제공

김도현(경기 수원 다산중 3) 양은 "집필진 23명은 우리나라 전체 아동을 대표하는 거니까 다양한 사례를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미등록 이주 아동, 장애 아동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아동의 이야기를 들었다. 도농 격차 등 아동 권리에 관한 큰 그림도 그릴 수 있게 됐다. "서울 중학생은 대부분 한 학기 동안 16곳 이상을 돌면서 진로 체험을 해요. 그런데 농어촌 지역 학생들은 5곳을 채 못 들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게다가 진로 교육이 공교육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학교 밖 청소년은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었죠."

그럼에도 집필진은 "이번 보고서 발간으로 희망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종(서울 가재울중 3) 군이 말했다.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그때 국회의원, 기자 등 많은 분이 와주셔서 놀랐어요. 우리 이야기를 깊이 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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