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들은 사람을 두 종류로 구분한다. '인싸'와 '아싸'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내부자)'를 줄인 2018년 신조어다. 집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변을 활기차게 리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아싸는 '아웃사이더(outsider·외부인)'를 줄인 말로, 외톨이 등을 가리키는 부정적인 말로 쓰인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인싸처럼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인 '인싸템'이 유행이다.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처럼 사람들 관심을 끌 수 있는 물건이 인싸템이다. 소셜미디어와 포털 사이트에 인싸템을 검색하면 게시물이 수만 개 나온다.

어린이조선일보 명예기자들은 이 같은 트렌드를 어떻게 생각할까? 박수진(경기 의정부 의정부서초 5)·신채민(서울 전동초 5)·이주하(서울 양재초 5)·최지민(경기 수원 다니엘열방초 6) 양과 조청유(서울 송정초 4)·황정호(서울 경인초 6) 군이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사에 모여 인싸와 아싸 유행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아싸로 보이지 않으려면 유행 따라야"

최지민 양은 "사람을 두 부류로만 나눠 억지로 끼워맞추는 게 문제"라고 했다. "성격이 좀 조용할 뿐인 아이를 '아싸'라고 부르고 '찐따'라 몰아붙이기도 해요. 반면 얼굴이 예쁘거나 공부를 좀 잘하면 '인싸'로 분류해요. 그런 아이들하고만 친해지려고 하죠."

황정호 군은 "아싸랑 가깝게 지내면 자신도 아싸처럼 보일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에서 소외될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교실에서 인싸와 아싸라는 '계급'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요즘 초등학교 교실에선 전에 없던 현상이 나타난다. 이주하 양은 "재밌지도 않은데 인싸처럼 보이기 위해 해야만 하는 행동이 있다"고 말했다. "손가락이나 발로 추는 '인싸춤'이라는 게 있는데 그 춤을 할 줄 알아야 인싸로 분류돼요. 저도 연습한 적이 있어요. 유행하는 게임을 못하면 아싸처럼 보이니까 하기 싫은 게임을 계속할 때도 있고요."

신채민 양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인싸처럼 보이려고 지나친 노력을 해요"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거나 팔로어가 많으면 인싸가 될 수 있거든요. 인싸가 되려고 선물 이벤트를 하기도 해요. '좋아요'를 누른 사람을 추첨해 상품을 주는 거죠." 초등학생이 '인싸'라는 계급을 사기 위해 돈까지 쓰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 호주머니 노리는 어른들 너무해"

황정호 군은 "인싸템에 몇만 원씩 쓰는 애들도 있다"며 맞장구쳤다. "인싸로 보이게 하는 제일 쉬운 방법은 돈을 쓰는 거예요. 멋진 물건을 사는 거죠." 실제로 인터넷에는 '인싸의 필수 아이템' 식의 광고가 넘친다. 어린이들은 여기에 쉽게 넘어간다. 학생들은 "어린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어른들의 잘못 아니냐"고 했다. "아이들이 무분별한 유행에 빠지면 어른들이 말려야 하잖아요. 하지만 인싸에 끼고 싶어하는 애들의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돈 벌 궁리만 하는 것 같아요." 최지민 양은 "너도 나도 인싸 되려고 하다 보니 요즘은 죄다 비슷한 물건을 쓰고 비슷한 옷을 입게 됐다"며 웃었다.

"모두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친구는 인싸템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아도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친구"라는 이주하 양의 말에 모두 동의했다. 박수진 양은 "친한 친구를 사귀면 되지, 인싸니 아싸니 하는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토론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조청유 군이 "다양한 성향을 그 자체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발적 아싸도 있어요. 인싸처럼 남들 분위기 맞추려고 노력하는 게 귀찮은 거죠. 성격 차이일 뿐인데, 그걸 아싸라고 무시하는 사람이 '진짜 아싸'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