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선생님이 보물을 찾으러 간다고 하셨다. 보물을 찾는다고? 나는 그 말에 신나게 선생님을 따라갔다.

'엥? 이게 뭐지!' 갑자기 선생님께서 낙엽, 솔방울, 대추 등을 주우라고 하시는 거다. 그래서 큰소리로 내가 말했다.

"그게 무슨 보물이에요?"

그러자 선생님은 가을에 나는 식물, 과일은 모두 보물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봄부터 가을까지 오면서 힘든 걸 다 이겨내고 지금 열매가 되고 낙엽이 된 거니 보물이나 다름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낙엽 같은 것을 주웠다.

처음에 쭈욱 둘러봤을 때는 별로 주울 게 없어서 인상을 찌푸렸는데 점점 주위를 둘러보니 주울 게 너무 많았다. 처음엔 이상한 낙엽을 주웠는데 느낌이 마치 말린 미역 같았다. 그 주위에 솔방울이 있어서 하나 주웠다.

가다 보니 선생님께서 퀴즈를 내셨다.

"대추나무가 어디 있게?"

나는 연두색 잎이 달린 나무를 가리켰다. 그런데 한 방에 맞췄다. 그래서 대추를 주우려고 했는데… 전부 다 썩은 거였다. 그래서 가려고 했는데 안 썩은 대추가 보였다. 대추는 쭈글쭈글한 할머니 얼굴로 웃고 있었다. 나는 얼른 대추를 주웠다. 그리고 쭈욱 가다 보니 낙엽길이 있어서 한번 밟아 보았더니 가을 속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은 그 와중에 퀴즈를 또 내셨다. 철쭉, 잣나무, 향나무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가다 보니 이상한 나무를 보았다. 나는 도통 무슨 나무인지 몰라서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 그러니 장미나무라고 하셨다. 이게 장미나무라고? 너무 허전했다. 봄에 예쁜 꽃을 피웠던 나무가 이렇게 허전하다니! 이해가 도통 안 됐다. 가시 난 가지에 잎은 다른 잎에 비해 예쁘지 않았다.

드디어 학원으로 돌아왔다. 선생님께서 가을 보물 줍는 탐구를 잘했다고 주스를 주셨다. 깔라만시라는 주스였다. 달콤하고 쓴맛이 나는데 자꾸 끌리는 맛이었다. 앉아서 수업 안 하고 밖에 나가서 신났는데 잘했다고 주스까지 주시니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이런 나들이 자주 하면 좋겠다.

〈평〉 문장이 참 깔끔하고 신나는 글이다. 보물찾기는 언제 해도 재미있다. 보물 번호가 쓰인 작은 쪽지만 발견해도 절로 함성이 나온다. 숲 속 가을 보물찾기의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어른들도 가을 보물찾기라면 사족을 못 쓴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발품을 팔고 다니다가 보물을 찾았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그렇다고 가을 숲에서 밤, 도토리, 대추 같은 보물을 몽땅 가져오면 안 될 것이다. 가을 보물은 숲에 사는 다람쥐랑 들쥐들의 먹이니까. 발견의 기쁨만 맛보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길이다.
글의 앞뒤 내용이 잘 어울리고 개성 있는 표현이 돋보인다. 다음과 같은 문장들은 고학년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수준이 높다.
‘낙엽을 주웠는데 느낌이 마치 말린 미역 같았다.’ ‘대추는 쭈글쭈글한 할머니 얼굴로 웃고 있었다.’ ‘낙엽길이 있어서 한 번 밟아 보았더니 가을 속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