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대가 프랑스 파리 거리를 점령했습니다. 시위대는 지난달 17일(이하 현지 시각) 프랑스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유류세(稅)를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들고일어났습니다. 시위는 한 달 가까이 지속됐어요. 이들은 자동차에 불을 붙이고 보도블록을 깨 던지는 등 과격한 시위를 하며 정부의 계획을 꺾으려 했죠.

프랑스인들에게 이러한 시위는 '일상'입니다. 과격하든 평화롭든 시위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하죠. 프랑스인들의 핏속에 '시위 DNA'를 흐르게 한 프랑스 대혁명부터 최근 파리를 휩쓴 노란 조끼 시위까지 프랑스 시위의 역사를 돌아봤습니다.

1. 프랑스 대혁명, '시위 DNA'를 일깨우다

“대포를 끌어와라! 바스티유 감옥을 부수자!”

1789년 프랑스 시민들이 왕인 루이 16세의 폭정(暴政)에 저항하며 들고일어났습니다. 가장 먼저 습격한 곳이 바로 바스티유 감옥입니다. 바스티유 감옥은 왕의 정책에 반대하던 이들을 가둔 곳으로 프랑스 시민에겐 공포의 공간이었죠.

루이 16세는 나랏돈을 물 쓰듯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했어요. 시민들은 부당한 세금으로 고통을 받았죠. 이즈음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어요(1776년). 여기에 자극받은 프랑스인들은 잘못된 제도를 없애고 평등한 사회를 일궈내야 한다고 생각했답니다. 이렇게 시작된 혁명은 결국 1793년 1월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올리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수백 년간 프랑스를 지배한 왕정이 무너지고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아 정치를 하는 공화제가 시작된 것이지요.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근대화 과정에서 프랑스처럼 무력으로 맞선 시민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어요. 시민의 힘만으로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경험은 프랑스인의 자부심이 됐답니다.

2. 모든 권위에 저항한 '68혁명'

1968년 봄. 파리 근교의 낭테르대학교 학생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기숙사에서 서로 오가는 것을 학교가 금지한 데 대한 반발이었죠. 파리 소르본대학교 학생들은 낭테르대 학생들의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젊은이들은 개인 삶에 대한 권력의 통제를 거부했죠. ‘금지를 금지하라!’라는 슬로건 아래 시위는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 나갔어요.

여기에 샤를 드골 정권에 반발한 시민까지 무려 100만 명 넘는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어요. 노동자들은 대규모 파업을 벌이며 힘을 보탰죠. 이들은 주입식 교육, 불합리한 시험 제도, 불안정한 고용, 권위주의 등을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68혁명의 거센 파도는 이듬해 4월 샤를 드골 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68혁명의 정신은 유럽을 넘어 미국과 일본의 사회 운동에도 영향을 줬답니다.

3. 노란 조끼 "부스러기가 아닌 온전한 빵을 원한다"

‘1789, 1968, 2018.’

노란 조끼 시위대가 파리 시내 곳곳에 내건 플래카드에 적힌 숫자입니다. 노란 조끼 시위가 프랑스혁명과 68혁명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사회적 혁명이 되도록 하겠다는 뜻이죠.

애초 노란 조끼 시위대는 파리 외곽에 살면서 파리 시내로 통근하는 서민들이 중심이 됐어요. 기름 값이 오르면 그만큼 자동차로 오갈 때 드는 비용이 커져 반발한 거예요. 이렇게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는 높은 실업률, 빈부 격차 등 프랑스 사회 전반의 문제 해결을 원했어요. 벤자밍 코시 노란 조끼 시위대 대변인이 “우리는 빵 부스러기가 아니라 바게트빵 전체를 원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꿈쩍 않던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 시작 한 달 만인 지난 10일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또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내년 최저임금을 월 100유로(약 12만8400원) 인상하기로 약속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