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함께 즐기는 겨울 축제 물고기도 생명… 학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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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4 09:43

	산천어 축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 화천의 지난 8일 모습.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산천어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산천어 축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 화천의 지난 8일 모습.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산천어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원 화천 산천어 축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겨울 축전이다. 1월만 되면 2만6000명만 사는 이 작은 고을에 150만 명 넘는 관광객이 몰린다. 올해 축제는 지난 5일 막을 올렸는데, 이날만 14만 명이 산천어 낚시를 즐기고 돌아갔다.

'고기 반, 사람 반'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성황이지만,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산천어 축제 절대 반대"를 외치는 사람도 있다. 환경·동물 관련 시민단체들은 산천어 축제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중단을 요구한다. 지난 8일 축제장을 직접 찾아 엇갈린 반응을 살폈다.



전국에서 몰려들어… "가족 여행지로 최고"

화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높고 낮은 산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얼음판이 나온다. 낚시터 면적만 축구장 10개를 합친 것보다 큰 8만6000㎡에 달한다. 평일임에도 축제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저마다 얼음판에 뚫린 동그란 구멍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아빠, 얘 문 것 같은데? 이리 와서 좀 봐주세요!"

박서영(서울 영락중 1) 양이 소리치자 박 양의 아버지가 어른 손바닥만 한 산천어의 입에서 낚싯바늘을 능숙하게 뺐다. 박 양은 '강태공(낚시로 유명한 옛 중국 전략가)'이라 부를 만했다. 2시간 만에 3마리나 건져 올렸다.

	‘산천어 맨손 잡기’ 행사는 한 사람당 3마리씩 잡도록 허용하지만, 사회자는 “입에 물고 나오면 인정한다”고 말했다.
‘산천어 맨손 잡기’ 행사는 한 사람당 3마리씩 잡도록 허용하지만, 사회자는 “입에 물고 나오면 인정한다”고 말했다.

[ 현장 ]  산천어 축제, 어떻게 생각하세요?

참가자들 "낚시·스케이트 등 놀거리 많아"
시민단체 "물고기도 고통 느껴" 중단 요구
'동물 생명 존중' 교육 프로그램 마련돼야


"부모님, 조부모님, 고모네, 언니, 동생이랑 놀러 왔어요. 재작년부터 매년 오는데 좋은 추억이 많아요."

축제장에는 가족 관광객이 많았다. 서울·부산·대전·전북 전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부모님 손을 잡은 초등생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겨울철 가족 여행지로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유연하(부산 안진초 3) 양은 "엄마·아빠랑 원래 낚시를 자주 다닌다. 오늘은 한 마리도 못 잡았지만, 가족이랑 같이 노는 게 재밌다"고 했다. "물고기가 불쌍하지 않으냐"고 묻자 "친구들이 잡혀가는 모습을 보면 무서울 것 같다. 욕심부리지 말고 잡은 거는 다시 놓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장에는 초등생 자녀와 함께 온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았다.
축제장에는 초등생 자녀와 함께 온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았다.

산천어 깨물고 던지고… "물고기도 생명"

동물을 위한 행동을 비롯한 5개 시민단체가 모인 '산천어 살리기 운동 본부'는 산천어 축제 개막일에 현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증명됐는데도 '재미'로 살상을 저지르고 있다"며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거나 입으로 깨무는 행동을 보여주는 건 아이들에게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축제에 쓰기 위해 인공적으로 기른 물고기를 100만 마리 넘게 옮겨와 축제를 치르는 것도 생태계 질서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낚싯바늘에 꿰어 다친 산천어가 흘린 피가 얼음판 곳곳에 보였다.
낚싯바늘에 꿰어 다친 산천어가 흘린 피가 얼음판 곳곳에 보였다.
광주에서 왔다는 서홍균(42)씨는 산천어를 풀어놓은 원형 수조에 직접 들어가 맨손으로 건져 올리는 '산천어 맨손 잡기'를 구경하다가 놀랐다고 했다. "사회자가 산천어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구경꾼들에게 휙휙 던져 주더라고요. 못 받으면 물고기가 땅바닥에 막 뒹굴어요. 물건도 아닌데 너무 함부로 다루는 것 같아서 불편했어요."

산천어 맨손 잡기를 직접 경험한 변윤경(강원 춘천 남춘천초 5) 양도 "사실 제일 재밌는 건 스케이트 타기였다"며 "(산천어가) 물에 있으면 잘 살 텐데 밖에 나와서 막 팔딱거리는 걸 보면 좀 불쌍하다"고 말했다.
	산천어 맨손 잡기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 반소매,반바지 차림으로 물속에 들어가야 하는 데도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산천어 맨손 잡기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 반소매,반바지 차림으로 물속에 들어가야 하는 데도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강원 강릉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황종찬(35)씨는 "동물 학대라는 표현은 좀 지나치다. 횟집에서 일하는 나도 동물 학대를 하는 것이냐"면서도 "아이들도 많이 찾는 축제인 만큼 동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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