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블록체인, 가상현실(VR) 등 기술은 '미래 먹거리'로 불린다. 세계 각국이 이 분야를 개척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기존 법률과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이 느리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17일 제도 시행에 들어간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가 신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않는다면 기존 법률·규제와 상관없이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일 길을 열었다. 샌드박스(sand box)는 모래 놀이터를 말한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모래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기업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정부는 기업이 출시 예정 기술·제품이 규제 대상인지 문의하면 30일 안에 답변해야 한다. 답변하지 않거나 규제 대상이 아니면 기업은 기술·제품을 곧장 출시할 수 있다. 기존 규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기업에 '임시 허가'를 내거나 안전성을 시험할 수 있는 '실증 특례'를 줄 수 있다. 해당 기업은 2년간 기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현장 반응은 뜨겁다. 제도 시행 첫날에만 19개 기업이 정부에 규제 대상에서 빼달라는 신청을 냈다. KT와 카카오페이는 공공기관 고지서를 우편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보통신망법에 관련 규정이 미비해 시행하지 못한 서비스였다. 스마트폰 음식 주문 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동차관리법·도로교통법 관련 규제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음식 배달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