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 1월 22일 아침. 초등학교 3학년 조선이는 여느 날과 같이 교실에 오자마자 전자 출석 확인기 앞에 섰다. 기계가 얼굴을 인식하자마자 '딩동' 출석 체크가 완료되고, 조선이의 도착 시각이 부모님 휴대전화로 전송됐다. 스마트 사물함으로 가서 교과서가 내장된 태블릿PC를 꺼냈다. 전자 칠판에는 오늘 배울 수학 공식이 업로드돼 있다. 미술 시간에는 가상현실(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쓰고 미술관을 견학했다.

미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6~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16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가 열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에듀테크(edu-tech)' 트렌드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다. 215개 교육 관련 기관·업체에서 754개 부스를 설치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18일 박람회에 방문해 미래 교육 현장의 모습을 엿봤다.

전자 칠판, 스마트 사물함… 미래 교실 풍경

미래에는 기계가 학생 얼굴을 알아보고, 출석 정보를 학부모에게 바로 전해줄 수 있다. 교육용 IT 기기 개발 업체 아이티엔제이는 QR 코드를 활용한 출석 확인 시스템을 선보였다.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교실에 있는 QR 코드를 찍으면 학부모의 휴대전화로 도착 시각이 전송된다. 아이티엔제이 관계자는 "기술이 더 발달하면 QR 코드 대신 안면 인식 같은 생체 인증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록 칠판을 대신할 '전자 칠판' 부스 앞은 낙서와 게임을 하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화이트보드처럼 생긴 터치식 화면으로, 전자 분필로 글을 쓰고 전자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울 수 있다. 교사가 만든 교육 자료가 칠판으로 바로 전송되며, 각종 교육 콘텐츠와 게임도 내장됐다. 송지윤(서울 연은초 6) 양은 "지금 교실에서 쓰는 초록 칠판은 분필 가루가 많이 날리고 아무리 닦아도 자국이 남아 지저분하다"며 "전자 칠판이 설치되면 교실이 더 깨끗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코딩 교육이 중요해지고 디지털 교과서가 종이 교과서를 대신하면서 사물함의 형태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날 현장에는 수십 개의 태블릿PC를 한꺼번에 충전하고 보관할 수 있는 '스마트 사물함'도 등장했다. 최병국 스마트엑세스 부장은 "지금은 교실에서 태블릿PC를 바구니에 담아 보관하고, 멀티탭을 여러 개 연결해 한꺼번에 충전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전선에 걸려 넘어질 수 있고 화재 위험도 크다"며 "태블릿PC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교실마다 스마트 사물함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현실(VR)이 수업에 들어온다면?

"I want to pick up potato chips(감자칩 사고 싶어요)."

영어 교육 VR 부스에서 HMD를 쓴 김지은(경기 수원 황곡초 2) 양이 또박또박 영어로 말했다. '미국 편의점'이라는 가상현실에서 감자칩과 잡지를 구매하는 미션을 수행 중이다. 병원·비행기·서점 등 상황을 선택해 연습할 수 있다. 회화 실력에 따라 점수도 매겨진다. 지은 양은 "진짜 미국 편의점에 들어온 듯 생생하게 스피킹 연습을 할 수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현장에는 다양한 VR 체험 부스가 설치됐다. 어린이 방문객에게 가장 인기를 끈 건 스포츠 VR. 축구·야구뿐 아니라 암벽등반, 양궁 등 운동장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종목을 VR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미세 먼지가 많은 날도 실내에서 체육 활동이 가능하다. 불이 난 지하철역, 아파트를 탈출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재난 안전 교육 VR도 눈길을 끌었다. 김효림(경기 광명 광일초 2) 양은 "학교에서 재난 상황을 동영상으로만 배웠는데, VR로 배우니 더 실감 난다"고 말했다.

VR이 학교 현장에서 상용화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VR·AR 등 실감형 콘텐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사회·과학 등 콘텐츠를 보급한 데 이어, 오는 새 학기에는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생용 사회·과학 실감형 콘텐츠를 보급한다. 김민수 교육부 이러닝과 교육연구사는 "VR을 활용해 숲속이나 집 안에서 곰팡이를 찾는 실감 나는 교과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