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면 집집이 차리는 차례상. 큼지막한 과일과 각종 전, 생선이 올라온다.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잘 살피면 지역마다 차이가 난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상을 차렸다. 요즘은 교통 발달로 어떤 식재료든 쉽게 구할 수 있게 됐지만, 차례 상차림은 전통을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전히 지역별 특색이 살아 있다.

◇제주도는 떡 대신 빵

제주도에선 빵을 올린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펴낸 '제주전통음식'(2007)에선 차례상에 올리는 전통 음식으로 빵을 소개했다.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형과 관계있어 보인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지형이 90％ 이상인 제주도는 땅에 물 빠짐 현상이 심해 옛날부터 벼농사가 어려웠다. 섬 지역이라 외부에서 쌀을 구해 오기도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쌀 떡을 대신해 보리로 만든 빵을 차례상에 놓게 됐고, 제빵 기술이 발달하면서 카스텔라 같은 다양한 빵을 차례상에 올리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특산품인 귤도 상에 놓는다.

◇상어 고기 올리는 경상도… 북어 놓는 경기도

경상도에선 토막 내 소금에 절인 상어 고기를 놓는다. 사투리로 '돔배기'라고 부르는 음식이다. 김민철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사는 "삼국시대부터 경상도 지역에서 죽은 사람에게 상어 고기를 바친 기록이 있다"고 했다.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산 임당동 고분에선 제사 그릇에 담긴 상어뼈도 출토됐다. 대구·경주 등에서는 오래된 상어 이빨 등이 많이 나왔다. 김 학예사는 "돔배기는 절인 음식이기 때문에 내륙 지방에서도 즐겨 먹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바다와 접한 면적이 적은 경기도에서도 옛날부터 싱싱한 명태를 구하기 어려워서 말린 명태인 북어를 주로 올렸다.

◇강원, 감자·옥수수·산나물로 상 차려

강원도는 전체 지역의 82％가 산지다. 당연히 산에서 나는 재료가 많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게 감자다. 감자전·감자수제비·감자범벅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강릉에서는 메밀이 많이 나서 메밀 전은 반드시 올린다. 옥수수·도토리·산나물을 이용한 음식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