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송부다. 방송부는 힘들다. 사실 엄청 힘들다. 행사가 있으면 어디 가지도 못하고 실수하면 많이 혼나는 등 정말 힘들다. 그래도 방송부가 된 걸 딱히 후회하진 않는다.

방송부가 된 계기는 이렇다. 방송부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도 한번 방송부 면접하러 가볼까?"

"뭐, 경험인데 해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며칠 뒤에 면접을 봤다. 면접엔 총 12명이 참여했다. 그중 5명을 뽑는다. 처음엔 글로 면접을 봤다. 주제는 '내가 좋아하는 예능 소개하는 글쓰기'였다. 글은 꽤 잘 썼다. 그다음은 주어진 대사를 읽고 심사위원(선생님)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엉망이어서 난 '100% 탈락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뒤! 내가 합격했다고 하셨다! 정말 기뻤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방송부는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합격을 하고 난 후, 방송부 후배 생활을 시작했다. 후배 기간은 쉽게 말해 인턴 기간이다. 선배들한테 방송부 일을 전수받는 기간. 솔직히 후배 땐 군기 좀 잡힌 것 빼고는 괜찮았다. 실수하면 선배님들이 혼나셨고, 선배님들이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하셔서, 힘들지만 그래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더는 보호받는 아기 새가 아니다. 힘든 점이 정말 많다. 매일 일찍 일어나야 하고, 실수하면 혼나지, 학교 행사 같은 게 있으면 마치고 나서도 계속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힘든 일은 정말 많다. 어떨 때는 일하는 거 같기도 하다.

음… 그래도 좋은 점도 있다. 물론 안 좋은 점보다 적지만, 일단 큰 좋은 점은 땡땡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강당에 강연이 있어 설치를 다 하면 (방송부) 선생님이 오신다. 그러면 선생님이 "좋아. 세팅은 다 됐네. 너희 위에 올라갈래?"라고 물어보신다. 위는 조명실을 말씀하시는 거고, 거기서 조명이나 볼륨 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행사하는 날 제외하곤 노는 곳이다. 하여튼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다들 눈을 반짝거린다. 그 덕에 지겨운 강연을 듣지 않고 수다를 떨 수 있다.

그리고 방송실에서도 즐겁다. 해야 할 일을 다 마치면 수다 파티가 시작된다. 있었던 일, 웃겼던 일 등 방송부 멤버들이랑 정말 눈물 날 만큼 수다를 떤다. 그럼 정말 매일 아침이 즐겁다. 그런데 즐거운 아침을 누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 곧 졸업이다. 방학이나 주말 다 빼면 학교 올 날도 거의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벌써 후배들도 왔다. 우리가 아기 새였는데 이제 아기 새를 돌봐주고 교육하는 엄마 새가 되었다. 아기 새가 생존 방법을 다 익히면 엄마 새는 떠나야 한다. 생각하면 참 슬프다. 매일 가서 집 같았던 방송실과 방송 기구들…. 이제 곧 이별의 시간이라 생각하면 진짜 울 것 같다.

방송부가 돼서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방송부였기에 가질 수 있었던 추억들은 절대 못 잊을 것 같다.

〈평〉 참 정성스레 쓴 글이다. 원고지 사용법을 바르게 익혀서 또박또박 손 글씨를 썼다. 방송부답다. 방송 원고는 시간에 알맞게 분량을 정해서 써야 하니까 원고지를 사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 컴퓨터로 글을 쓰면 정확한 원고량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익숙해지면 ‘식은 죽 먹기’지만.
어려운 관문을 모두 통과해 방송부가 됐다니 대단하다. 이 글은 6학년인 글쓴이가 지난 1년간의 방송부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썼기에 매우 사실적이다. 사진을 찍은 것처럼 방송부에서 겪은 일을 남김없이 나타냈다. 자랑스러운 방송부라는 자부심과 후배에게 물려주는 아쉬움도 담뿍 담아서.
‘방송부는 엄청 힘들다’며 ‘후배 생활을 시작했다’기에 선배들에게 괴롭힘이라도 당했나 싶어 걱정했더니 그 반대였다. 오히려 아기 새가 돼 보호를 받은 모양이다. 역시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은 끝까지 듣고,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