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연도 1434년   종류 유화   크기 82.2×60㎝

남자와 여자가 손을 잡고 결혼 선서를 하는 모습이다. 그림 곳곳에 결혼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유화 물감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과감한 원근법과 사실적인 묘사가 사진처럼 생생하다. 15세기 결혼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반 에이크의 대표 작품이다.

얀 반 에이크 1395 무렵~1441, 네덜란드

30대에 부르고뉴 공작의 궁정화가가 돼 공작의 초상화나 궁에서 필요한 지도 등을 그렸다. 죽을 때까지 벨기에 브뤼주에 살았고,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은 일생의 마지막 무렵에 그렸다. 특히 유화 물감을 사용한 세밀한 묘사로 초상화와 종교화에서 뛰어난 솜씨를 보였다.

얀 반 에이크는 지금의 벨기에 서부와 네덜란드 남서부 지역을 의미하는 플랑드르 화파를 만들고, 북유럽의 르네상스를 이끈 화가로 불린다.

그림 속 두 주인공은 누굴까

진지한 표정으로 한쪽 손을 들어 결혼 선서를 하는 신랑은 이탈리아 상인 조반니 아르놀피니야. 배를 감싸고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수줍은 미소를 짓는 신부는 같은 이탈리아 사람인 조반나 체나미지. 그림을 자세히 보면 이 부부가 아주 부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 두 사람 모두 값비싼 모피 옷을 입고, 신부는 황금 목걸이와 팔찌까지 차고 있지. 방 안에 있는 고급스러운 붉은색 침대와 바닥에 깔린 양탄자도 당시 아주 값비싼 물건이었어.

불룩한 배를 감싼 신부

신부가 마치 임신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그 당시 유럽 여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옷차림이야. 이 무렵 유럽에서는 흑사병이 퍼져서 많은 사람이 죽었어. 흑사병으로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자, 새로운 생명을 임신한다는 것은 하늘의 축복으로 여겼지. 그래서 임신한 것처럼 배를 불룩하게 꾸민 모습이 유행한 거야.

결혼의 의미를 담은 물건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를 보면 대낮인데도 촛불 한 자루가 켜져 있어. 이건 당시 결혼 풍습이야. 결혼을 할 땐 꼭 촛불을 켜 뒀어. 두 사람 발밑에 있는 개도 결혼을 상징해. 개는 주인에게 충실하고 믿음직한 동물이잖아. 신랑과 신부가 서로에게 충실하라는 뜻이지. 왼쪽 아래에는 신랑이 벗어 놓은 신발이 있고, 안쪽 소파 밑에는 신부의 신발이 놓여 있어. 이것 또한 신성한 결혼식을 하는 자리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맨발로 서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거야.

결혼식의 증인

그림 가운데에 있는 볼록거울은 신랑과 신부 앞쪽을 비추고 있어. 거울 속엔 부부 말고 또 다른 두 사람이 보여. 바로 결혼식을 지켜보는 증인들이야. 당시에는 결혼식을 할 때 꼭 증인 두 사람이 지켜봐야 했대. 재미있는 건 그 두 사람 중 한 명이 반 에이크라는 거야. 거울 위쪽에 '얀 반 에이크가 이 자리에 있었노라, 1434년'이라는 문장이 쓰여 있어.

세밀하고 정교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유화 물감

결혼식을 하는 모습이 사진처럼 아주 생생하지? 그 비결은 유화 물감이야. 당시 화가들은 색채가 있는 풀이나 광물을 빻아서 가루로 만든 다음 달걀을 섞어 물감으로 썼어. 그런데 이 물감은 빨리 말라서 시간이 드는 세밀한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지. 반 에이크는 달걀 대신 기름을 섞은 유화 물감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어. 그 덕분에 좀 더 천천히, 좀 더 정확하게 생생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거야.

[활동지]

1. 그림을 통해 과거 유럽에선 흑사병으로 인구가 줄자 임신한 것처럼 꾸미는 게 유행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유행하는 옷차림엔 어떤 것이 있고, 이유가 무엇인지 친구들과 대화해 보세요.

2. 그림 속 주인공들은 촛불 켜기, 신발 벗기등 결혼식 풍습을 지켰습니다. 미래 결혼식에서 꼭 지키고 싶은 나만의 풍습이 있다면 무엇인지 생각하고 글로 정리해 보세요.

3. 얀 반 에이크가 됐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사진처럼 생생한 나만의 그림을 그려 보세요.

을파소 '키라의 박물관 여행 2 내셔널 갤러리' (장세현 글, 이정화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