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1, 스마트폰 사줘야 할까
초등 1학년 민우는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에게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은 모두 스마트폰이 있는데 자기만 없다며 사 달라고 말합니다. 민우 엄마는 바로 집 앞에 학교가 있고, 민우가 학교에 있는 시간 외에는 항상 자신과 함께 있는데 굳이 스마트폰을 사줘야 할지 고민입니다. 민우가 혹시 스마트폰이 없어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되고, 간혹 급하게 연락할 일이 생긴다면 스마트폰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해서요. 민우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마트폰을 사줘야 할까요, 아니면 사주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최근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인터넷·스마트폰 이용 습관 진단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 중 2만6871명의 학생이 스마트폰 과의존군으로 밝혀졌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지요. 한 학년당 40만 명이 조금 넘으니 그중 5% 정도는 스마트폰 과의존군인 셈입니다. 굳이 이런 숫자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스마트폰이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어린아이들, 그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답답한 마음이 들지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들의 정서 및 인지 발달에 해가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연령기에 스마트폰 중독은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뇌에서는 쾌감을 느낄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 스마트폰은 알코올처럼 빠른 시간에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스마트폰이 없어지면 도파민이 빠르게 사라진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중독되지 않고서는 못 견디게 하는 셈이지요.
초등학생과 스마트폰은 상극
학교에서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스마트폰의 폐해를 정말 많이 목격했습니다. 아이들이 소위 '야동(야한 동영상)'을 접하는 가장 흔한 경로가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아이들끼리 어른들 눈에 띄지 않는 장소로 가서 동영상을 보지요. 친구에 대한 험담을 하고 욕을 하는 사이버 폭력도 대부분 스마트폰을 통해 일어납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게임에 빠진 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지요. 이러한 폐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3~1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른들이 경각심을 갖고 아이들을 보호해야겠지요.
스마트폰은 최대한 늦게 사줘야
많은 부모가 스마트폰을 사주는 시기를 고민합니다. 2016년 대한소아내분비학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40%가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잠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니 심각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40%나 되는 아이들이 그렇게 하니까 우리 아이 손에도 스마트폰을 쥐여줘야 할까요? 부모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다 하더라도 시류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주관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성교육 전문가인 구성애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는 연령별로 매뉴얼이 분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성과 관련해 아이들이 처음으로 보는 영상의 이미지는 너무나도 강렬해서 지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10세 이하 아이들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행히도 요즘 부모들은 많이 깨어 있어서 1학년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습니다. 굳이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기능만 있는 키즈폰이나 피처폰을 사주지요.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시기는 늦을수록 좋습니다. 가급적이면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최대한 늦게 노출되도록 끊임없이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진혁(경기 창현초 교사)
위즈덤하우스 '아들이 초등학교에 갑니다' (이진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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