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은 책이나 한 번 들은 수업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따로 시간을 들여 복습하거나 단원평가를 준비할 필요도 없겠죠.

기억력 향상은 인류의 오랜 열망이었어요. 고대 그리스인도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 되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죠. 세계적 고령화 현상에 따라 치매 인구가 늘면서 기억 연구는 더 활발해지고 있어요. 기억을 강화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신 연구와 신간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뒤로 걷는 상상하면 기억력 좋아져요

가벼운 운동이 두뇌 활동력을 높인다는 얘기를 들어봤을 거예요. 운동을 할 때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 활동이 자극되기 때문이라고 해요.

최근엔 '뒤로 걷기'가 해마 활동을 활발하게 해 단기 기억력을 높인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영국 로햄턴대학교는 실험 참가자 114명에게 범죄 영상을 보여주고 세 가지 행동을 하도록 했습니다. ▲10m 앞으로 걷거나 ▲10m 뒤로 걷거나 ▲한자리에 서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아까 본 것을 떠올려 20개 질문에 답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뒤로 걸었던 집단이 제자리에 서 있던 집단보다 정답을 평균 2개 더 맞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단어 목록을 제시하고 ▲앞으로 걷는 상상을 하거나 ▲뒤로 걷는 상상을 하는 등 각각 다른 조건에 두면서 단어 암기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뒤로 걷는 상상을 했던 참가자의 성적이 가장 좋았습니다. 연구진은 "뒤로 걸으면 이동 방향이 평소와 반대가 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정확한 원인에 대해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조금씩 자주 쉬어요

잘 쉬면 기억력이 좋아집니다. 그럼 오래 쉴수록 암기력이 높아지느냐고요? 지난달 미국 국립신경장애·뇌졸중연구소 연구팀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짧은 휴식을 계속하면 기억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오른손잡이 참가자들에게 왼손으로 타자를 치도록 하면서 뇌파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숫자를 10초간 최대한 타이핑한 뒤 10초간 쉬는 과정을 총 36회 반복했습니다.

조사 결과 수행 능력 향상에 관여하는 뇌파(베타파)에 변화가 일어난 건 타자를 칠 때가 아니라 짧은 휴식을 할 때였습니다. 연구진은 “업무 수행 능력은 짧은 휴식 시간에 주로 향상됐다”며 “하루 동안 향상된 타자 능력은 휴식 시간마다 향상된 수행 능력이 쌓인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습니다.

20분마다 끊어 읽고 요점 정리하라

“이 학생은 집중력이 낮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 기억을 잘 못 합니다.”

이달 출간된 책 ‘기억력의 신’의 작가 도미니크 오브라이언(62·영국)은 어릴 적 담임 교사에게 “이렇게 낮은 집중력으로는 앞으로 큰일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난독증 진단도 받았죠. 그러나 그는 수십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세계기억력스포츠대회에서 8번이나 우승했습니다.

오브라이언의 암기법 중 학습력 향상에 중점을 둔 것이 있습니다. 그는 학습 효과를 강화하려면 신중하게 천천히 읽는 것보다 빨리 읽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이때 읽는 부분을 펜이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집중력과 독서 속도를 함께 높일 수 있다고 했죠. 또 20분마다 공부를 멈추고 읽은 내용의 요점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물론 이 요점은 모두 암기해야 하고요.

그렇다면 복습은 어떻게 할까요? 오브라이언은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이론을 인용해 ▲수업 직후 ▲하루 뒤 ▲일주일 뒤 ▲한 달 뒤 ▲3~6개월 뒤에 각각 복습하면 좋다고 했습니다. 오브라이언은 “학창 시절에 늘 벼락치기를 하며 시험을 봤는데 잘되지 않았다. 이 같은 복습 패턴을 활용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