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생태 학교 '춘천 금산초'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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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0 09:53

모종 심고 물 주고 잡초 제거도 '척척'
우리가 직접 키운 채소 정말 '꿀맛'이랍니다

강원 춘천 금산초등학교에는 축구장 두 개만 한 텃밭이 있다. 지난 3일 금산초 학생들은 한 손에는 호미를, 한 손에는 물뿌리개를 들고 텃밭으로 나섰다. 토마토·참외·고구마·고추·상추…. 1년 동안 기를 과일과 채소를 심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능숙하게 모종을 심고 흙을 덮었다. 땅이 흠뻑 젖도록 물을 주고서는 흙을 밟고 진흙을 만지며 신나게 놀았다.

금산초는 학교 전체가 '생태 체험장'이다. 정문 옆에는 텃밭이, 뒷산에는 생태 공원이 조성됐다. 복도와 마당에서는 토끼와 닭, 병아리가 자란다. 한 학년에 한 반, 전교생이 77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지만 수십 종의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지난 3일 금산초를 방문했다.
	강원 춘천 금산초등학교 학생들이 텃밭에 작물을 심고 있다. 방울토마토·수박·참외·고구마·옥수수·감자·고추 등을 기른다. 가을에는 직접 키운 무와 배추로 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 (위 작은 사진) 뒷산 생태 공원 버섯재배장에서 버섯을 딴 학생들.
강원 춘천 금산초등학교 학생들이 텃밭에 작물을 심고 있다. 방울토마토·수박·참외·고구마·옥수수·감자·고추 등을 기른다. 가을에는 직접 키운 무와 배추로 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 (위 작은 사진) 뒷산 생태 공원 버섯재배장에서 버섯을 딴 학생들.
내가 심은 케일에 배추흰나비가 알 낳고 갔으면

"작년에는 수박이랑 옥수수를 키웠어요. 제일 작은 건 주먹 두 개를 합친 것만 했고, 어떤 건 제 머리 크기만큼 자랐어요. 교실에서 친구들이랑 잘라 먹었는데 맛이 끝내줬어요." 물을 받던 조소연(3학년) 양이 말했다.

학생들은 1년 동안 수시로 텃밭을 오가며 직접 심은 작물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다. 과일과 채소가 자라는 것을 관찰하고, 열매를 맺기까지 얼마나 많은 관심이 필요한지 알아가는 과정이 모두 교육이다. 시간이 지나면 전교생이 나눠 먹고도 남을 양의 열매가 열린다. 쉬는 시간 배고플 때 따먹거나 급식 메뉴로 요리해 먹는다. 평소에는 가지, 고추 같은 채소들을 먹기 싫어하던 아이들도 직접 재배한 것은 기꺼이 입으로 가져간다.

교과서에 나오는 곤충을 관찰하려고 잎채소를 심기도 한다. 이민후(3학년) 군은 케일을 심었다. "과학 선생님이 배추흰나비는 케일에 작고 노란 알을 낳는대요. 케일에서 알을 발견하면 사육장에 넣어서 배추흰나비가 될 때까지 키운 다음에 풀어줄 거예요."

곤충과 식물 가득한 '보물 창고' 뒷산

텃밭 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생태 공원이 마련된 뒷산으로 뛰어갔다. 이곳에는 해먹·그네 등 놀이기구가 설치됐다. 아이들은 점심 시간, 쉬는 시간 등 틈날 때마다 올라가 숨이 차게 뛰어논다. 가을에는 미니 버섯재배장에서 다 자란 버섯을 따다가 집에서 요리해 먹기도 한다.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도 제격이다. 이민혁(4학년) 군은 "화가 날 때 가끔 기분 풀러 뒷산에 올라가고는 한다"며 "아무도 없을 때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된다. 과학 교과서나 영상에서 봤던 생물의 모습을 산에 올라가 눈으로 확인한다. 미술 시간에는 '만점'짜리 재료가 널린 보물 창고로 활용된다. 나뭇잎과 가지들, 꽃잎, 열매를 모아 작품을 만들고 종이 위에 본을 뜬다. 과학 담당 남궁필선 선생님은 "아이들이 교실에만 있을 때보다 훨씬 활력이 넘치고 수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고 한다"며 "자연스럽게 생태 감수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산 아래 사육장에는 토끼 7마리와 닭 4마리가 산다. 뒷산에서 내려오던 아이들은 풀을 한 움큼씩 따 토끼에게 갔다. 겁 없이 한 손으로 토끼를 들어 올리더니 풀을 먹였다. 한 달 전에는 닭이 낳은 알에서 병아리 3마리가 태어났다. 이 동물들은 학생들이 다 함께 돌보는 '공동 반려동물'이다. 동물을 무서워하던 아이들도 직접 끼니를 챙겨주고 배설물을 치우면서 책임감을 기른다.
	3학년 학생들이 토끼에게 뒷산에서 뜯은 풀을 먹이고 있다. 뒷산은 해먹과 그네가 설치된 ‘자연 놀이터’다.
3학년 학생들이 토끼에게 뒷산에서 뜯은 풀을 먹이고 있다. 뒷산은 해먹과 그네가 설치된 ‘자연 놀이터’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학교, 밝은 기운 넘쳐요"

금산초는 2015년 강원도교육청 '에코스쿨 모델학교'로 선정되면서 생태 학교로 변신했다. 학교 한구석에 방치돼 있던 땅을 경작하고 물을 끌어와 텃밭을 만들었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던 뒷산의 잡풀과 나무를 베고, 중턱에 남아 있던 쓰레기장을 없앴다. 귀신이 나올 것 같던 으스스한 뒷산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자연 놀이터가 됐다. 

사육장은 2017년에 생겼다. 이웃 학교에서 얻어온 닭과 토끼 두 마리를 아이들이 성심성의껏 돌봤다. 덕분에 무럭무럭 자라 이웃 학교에 분양할 정도로 새끼도 많이 낳았다.

금산초의 자연 친화적인 환경은 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매년 10명 남짓이던 신입생이 2017년에는 두 배로 늘었다. 학생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해 결국 지난해에는 제비뽑기로 신입생을 뽑았다. 남정태 교장은 “동식물과 교감하고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면서 배려와 여유 있는 마음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생태 학교의 장점”이라며 “학교 분위기가 항상 밝고 활기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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