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 불판 위에서 선홍색 패티(고기나 채소 등을 다져 얇고 둥글게 뭉친 것) 덩어리가 익어 간다. 불에 닿는 면이 서서히 갈색으로 변하자 햄버거 속 고기와 비슷한 모양새다. 조리 설명서에 적힌 대로 양면을 3분씩 굽는다. 접시에 옮겨 젓가락으로 찔러 보니 기름진 육즙이 '주룩' 흘러나온다. 씹는 질감과 맛도 소고기 패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음식은 고기가 아니다.

대체육(代替肉)을 처음 맛본 소감은 한마디로 '놀라웠다'. '인조 고기'라 불리는 대체육은 콩·버섯·호박 등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해 제조한 '식물성 고기'와 실제 동물에게서 얻은 줄기세포를 키워 만든 '세포 배양육' 등 육류를 대체하는 식품을 가리킨다. 기자가 먹어 본 대체육은 식물성 원료만으로 이뤄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기의 식감을 실감 나게 살렸다. 특히 코코넛 오일을 첨가해 육즙까지 구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조리 과정 중에 나는 강한 향신료 냄새에는 사람에 따라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함께 시식한 동료 기자는 "버거에 넣어 먹으면 대체육인지 모를 것 같다"며 "기존의 콩고기보다 진짜 고기 질감에 가깝다"고 했다. 콩고기는 콩을 갈아 글루텐(gluten·식물성 단백질 혼합물)을 이용해 굳힌 것으로 대표적인 고기 대체재다.

요즘 대세는 대체육… "건강·환경·동물 복지에 앞서"

식물성 대체육은 전 세계적으로 건강식·채식 열풍이 불면서 급부상했다. 실제 육류와 맛은 비슷하면서 포화지방·콜레스테롤·열량은 적고 철분·단백질 함량은 더 높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 대체육류 기업인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매출이 1050억 원을 돌파하며 2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다. 기자가 시식한 간판 제품 '비욘드 버거'는 2016년 첫 등장 이후 지금까지 250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경쟁 기업인 임파서블푸드는 프랜차이즈 업체 버거킹과 손잡고 대체육을 이용한 '임파서블 와퍼' 버거를 내놓았다. 미국 내 버거킹 매장에서 현재 판매 중인 임파서블 와퍼는 올해 안에 해외에도 출시될 계획이다. 국제 시장 조사 전문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은 2023년까지 약 27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체육에 열광하는 주 소비층이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윤리적·환경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일반 소비자라는 데 있다. 대체육은 기존 육류보다 친환경적이다.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인류가 뿜어내는 온실가스의 14.5％가 축산업에서 비롯된다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절반이 전 세계에서 축산용으로 기르는 소 15억 마리에서 나온다. 또한 전체 물 소비량의 25％가 가축을 기르는 데 쓰인다. 육류 소비가 환경 파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임파서블푸드는 "식물성 고기를 개발하면 같은 양의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소를 사육할 때보다 96％의 토지를 절약할 수 있다"며 "물 소비량은 87％, 온실가스 배출량은 89％ 감소한다"고 밝혔다.

대체육은 생명 윤리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살아있는 가축을 도살하거나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키는 대규모 공장식 사육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대체육은 식량 부족 사태에도 도움이 된다. 유엔은 2017년 75억5000만여 명인 지구촌 인구가 2030년에는 85억 명, 2050년에는 98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류에게 닥친 식량 부족 문제는 미래에 더욱 심각해질 확률이 높다. 이 교수는 "전체 곡물의 3분의 1이 가축 사료로 소비된다"며 "이는 세계 인구 9명 중 1명이 겪는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는 양"이라고 했다.

대체육이 진짜 고기 대신하게 될까

우리나라에서도 대체육 시장이 활성화하고 있다. 연구·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채식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대체육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2~3％에 해당하는 100만~150만 명으로 10년 만에 10배가량 급증했다. 이 가운데 비건(vegan·고기와 어류, 달걀,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철저한 채식주의자)은 50만 명으로 추정된다.

비욘드미트를 수입하는 최현진 동원그룹 홍보실 대리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채식 문화는 이제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개인 신념이나 건강을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늘어 대체육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켄달 프레이저 미국축산협회 대표는 "축산업이 기후 변화를 촉진한다는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라며 "'가짜 고기'는 진짜 고기를 결코 대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국 미주리주(州)에서는 식물성 대체육에 고기(meat)라는 표현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기도 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국내 축산 농가들은 가축 사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체육이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