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다시'를 뜻하는 리(re)와 화폐의 액면가를 의미하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더한 합성어입니다. 화폐에 적힌 단위는 바꾸되 원래 가치에는 변화를 주지 않는 '화폐 단위 변경'이에요. 예를 들어 화폐의 액면을 1000분의 1로 낮추면 1000원짜리가 1원이 되지만 1원의 가치는 여전히 1000원인 것입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하면 지금 1000원인 과자를 1원으로 살 수 있게 되지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오르면 시장에 흐르는 화폐의 양이 많아집니다. 액면가가 높으면 돈을 계산할 때 복잡해요.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단위를 낮춘다면 훨씬 쉽고 빠르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미국 1달러(약 1200원)를 환전한 금액이 네자릿수가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해요. 또 새 화폐로 바꾸는 과정에서 지하경제에 머물러 있던 돈을 정상적인 시장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순기능도 있어요. 하지만 화폐와 금융 시스템을 모두 교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고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도 일어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