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권(의사가 최선의 의료 환경을 제공받을 권리) 침해' 주장이 서로 첨예한 갈등을 빚는 상황이다.

최근 수술실 CCTV 설치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 것은 지난달 신생아 의료 사고 은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다. 3년 전 경기 지역 한 병원에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사망했지만 의사들이 은폐했다. 환자 단체는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CCTV 영상이 가장 결정적인 단서로 활용될 수 있는 데다 자신이 수술받은 곳에서 일어난 일을 아는 것은 환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안규백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의료 분쟁이 있을 때 객관적인 근거를 활용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할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의사를 포함한 누구든 수술받는 입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 분쟁 시 의료진은 의료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수단으로 CCTV 영상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 입장도 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의료인이 심적 부담을 갖게 돼 진료가 위축될 수 있어 의료 행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의료권을 보장받지 못하면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주장도 나온다. 'VIP증후군'에 빗댄 'CCTV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VIP증후군은 의사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을 수술할 때 심적 부담을 느껴 손을 떠는 등 수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CCTV를 설치할 경우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재판 시 수술 영상은 의료 분야의 비전문가인 사법부가 판독하기 어려워 증거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선진국의 경우 CCTV 설치 논란을 수차례 겪었지만 법제화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수술실 내 CCTV 설치 관련 법안은 지난 14일 국회에 발의됐으나 다음 날 다수 의원이 공동 발의를 철회하면서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