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는 요즘 초등학생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으로 손꼽힌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중·고교생 2만7265명을 대상으로 희망 직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유튜버가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에 올랐다. 초등학생은 유튜버를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세상과 소통하는 매력적인 직업으로 본다.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여느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유튜버가 많은 이유다.

'아리키친'이라는 베이킹 채널을 운영하는 김아리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 세계에 뛰어든 지 이제 5년차.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캐릭터 마카롱, 먹기 아까울 정도로 화려한 디자인의 케이크를 뚝딱 만들어내는 아리키친에 120만 명이 열광한다.



회사 그만둔 지 4년 만에 스타 유튜버로 발돋움

지난 30일 찾은 경기 수원의 아리키친 디저트숍. 이른 시간임에도 가게는 디저트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저처럼 베이킹 유튜버가 꿈이라며 찾아오는 학생이 많아요. 마카롱을 잘 만들고 싶은데 어렵다고 하소연하죠(웃음). 직접 마카롱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이야기 나누는 게 요즘 제 낙이에요."

김씨는 2015년 3월 처음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전까지는 병원 전산실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어내는 베이킹은 퍽퍽한 직장 생활에 한 줄기 빛이 돼 주는 취미였다.

"단백질파우더와 견과류를 뭉친 '프로틴볼'을 만든 적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는데 다들 반응이 별로더라고요. 모양이 이상해서 먹기 싫다나(웃음). 그때 거절당한 경험이 큰 자산이 됐어요. 독특하고 예쁘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김씨가 회사 생활에 지쳐갈 때쯤, 김씨 남자친구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베이킹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업로드 해보자는 것이었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샘솟았다. 곧장 자신의 23㎡(7평)짜리 작은 원룸에서 젖소 모양 쿠키 만드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김씨는 누적 조회 수 2억 뷰를 돌파한 스타 유튜버로 제2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 /아리키친 유튜브 캡처

영상 하나 촬영에 길게는 10시간… 망치면 다시 찍어

김씨는 일주일에 평균 한 개 영상을 업로드한다. 영상 촬영은 김씨의 남자친구가, 편집은 디자인을 전공한 김씨 남동생이 맡는다. 영상 한 개를 촬영하는 데 길게는 10시간 걸린다. 완성작 하나를 유튜브에 올리기까지는 보통 3일이 소요된다.

"베이킹은 영상으로 만들기가 정말 까다로운 분야예요. 오븐에 들어간 빵이 타거나, 다 만들었는데 실수로 장식을 잘못해 망치기도 하죠. 그럼 다시 처음부터 촬영해야 하는 거예요. 오늘 '펭귄 쿠키' 만드는 영상을 찍을 건데요. 실수할까 봐 벌써 걱정이네요(웃음)."

김씨는 오랜 시간 서서 촬영하는 탓에 발에 족저근막염(발바닥 근육 주변에 생기는 염증)을 달고 산다. 뜨거운 조명 때문에 피부염이 생기기도 했다. "제 몸은 힘들다고 난리지만 마음만큼은 행복해요. 영상을 만들고 구독자와 소통하는 것만큼 재밌는 일이 없거든요."

김씨가 유튜버 꿈나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일단 도전해 보세요. '실패하면 어쩌지?'라고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찍는 거예요. 피드백을 받고, 그걸 토대로 다음엔 조금 더 나은 영상을 만들다 보면 금방 멋진 유튜버가 될 거예요.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언제든 아리키친을 찾아와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