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구독’의 라이브 스트리밍에 들어온 여러분, 반가워요! 요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게 확실히 더위가 한풀 꺾였죠. 여러분은 언제 가을이 온 걸 실감하나요? 높고 푸른 하늘과 기분 좋은 바람도 가을 소식을 전하지만, 붉은 꽁무니를 가진 고추잠자리와 가을밤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는 한층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오늘은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와 잠자리의 비밀들을 알려줄게요.

잠자리 날개가 약해 보인다고요?

가을철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잠자리는 ‘고추좀잠자리’라는 걸 아나요?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130종 잠자리 중 가장 흔하죠.

고추잠자리가 아니고요?

둘은 서로 다른 종입니다. 고추잠자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붉은색이고, 고추좀잠자리는 배마디만 붉어요. 몸길이가 35~40㎜인 고추좀잠자리는 보통 늦여름부터 11월 하순까지 볼 수 있어요. 어린 고추좀잠자리는 몸 전체가 주황색을 띠고, 옆 가슴에 3개의 검은 줄무늬가 또렷하게 나 있어요. 하지만 성숙한 수컷은 배가 빨갛습니다. 그 색깔이 마치 잘 익은 고추 같아서 ‘고추좀잠자리’라고 불리지요.

잠자리가 나는 모습은 꼭 헬리콥터 같아요.

잠자리의 비행 능력은 탁월해서 공중에서 딱 멈추거나 좌우로 나는 것은 물론 뒤로 갈 수도 있어요. 비밀은 날개와 가슴 근육에 있죠.

날개가 엄청 약해 보이는데요?

2쌍의 날개는 매우 질기고 튼튼해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날개가 있어도 날개를 움직일 힘이 없으면 소용없겠죠? 잠자리 가슴은 날개 근육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 근육으로 앞날개와 뒷날개를 움직여 비행해요. 초당 20~30회 날갯짓을 하고, 시속 50~60㎞로 날 수 있죠.

잠자리 한 쌍이 하트(♡) 모양으로 날아가는 걸 봤어요.

아, 그건 짝짓기를 하는 거예요. 수컷이 배 끝 고리로 암컷의 목 뒤를 잡으면 암컷은 배를 구부려 수컷의 배마디에 연결해 수정하는데, 그 모양이 마치 하트 같죠.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물속에 알을 낳아요.

잠자리가 물에서 태어난다고요?

네. 잠자리 유충은 물속에서 올챙이나 작은 곤충을 잡아먹으며 살아요. 하지만 물고기 같은 포식자 눈에 띄면 잡아먹히기도 해요. 그래서 대부분 암컷은 몸을 숨길 만한 풀이 있는 연못가에 알을 낳는답니다.

귀뚜라미 고막은 다리에 있대요

귀뚜라미 역시 대표적 가을 곤충인데요. 주로 논이나 들판, 아파트 화단 등에 살아요. 크기는 17~40㎜이고 갈색이나 흑갈색을 띠어요. 야행성이라 밤이면 ‘귀뚤귀뚤’ 소리를 내며 운답니다.

어떻게 소리를 내나요?

바이올린 연주와 비슷해요. 왼쪽 앞날개 끝의 긁개를 오른쪽 앞날개 안쪽의 긴 마찰판에 비벼서 소리 내죠.

소리 내 우는 귀뚜라미는 수컷이라던데요?

맞아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울죠. 또 수컷끼리 힘겨루기나 영역 다툼을 할 때 소리를 내요.

그럼 귀뚜라미에게 귀가 있겠네요?

네. 사람처럼 고막으로 소리를 들어요. 다만 고막이 얼굴이 아니라 앞다리 종아리마디 바깥쪽에 있답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귀뚜라미 노래가 느려진다고요.

귀뚜라미는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거든요. 날씨가 추워질수록 귀뚜라미 체온도 낮아져 노래하는 속도도 느려져요. 소리를 내기 위해 근육을 움직이는 신체 활동은 화학반응의 일종인데, 이건 온도가 내려갈수록 느려지죠.

귀뚜라미는 뭘 먹고 사나요?

과일이나 채소뿐 아니라 생선 같은 동물성 음식, 작은 곤충도 먹어서 ‘청소부’라고도 불러요.

집에서 키우면 매일 귀뚜라미 노래를 들을 수 있겠네요.

왕귀뚜라미는 실내에서 사육할 수 있어요. 어항 바닥에 황토를 깔고, 알 낳을 장소를 만들어 놓으면 알과 새끼 귀뚜라미, 성충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뛰어 나올 수 있으니 뚜껑은 닫아 두세요.

도움말 = 국립공원연구원 정종철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