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어사는 조선 시대 왕의 특명을 받고 지방을 돌아다니던 관리야. 지방 관리들이 정치를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백성의 생활수준을 조사하는 역할을 했어. 암행어사는 '수의'라고도 불렸어.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때 비단옷인 수의를 입었기 때문이야.

암행어사는 임무 끝날 때까지 돌아올 수 없어

암행어사라는 이름이 기록에 처음 등장한 건 조선 제11대 왕인 중종 때야. 지방 수령들의 비리 문제가 계속 터지자 왕이 암행어사를 지방에 보냈지. 조선 후기에는 암행어사를 자주 파견했어.

특히 숙종 대부터 정조 대까지 암행어사 활동이 가장 활발했어. 정조는 암행어사를 60번이나 파견했단다. 왕은 자신이 신뢰하는 젊은 관리나 신하들이 후보로 추천한 사람 중 한 명을 암행어사로 뽑았어. 왕에 대한 충성심과 정의감이 강하고, 파견 지역과 관련이 없는 사람을 암행어사로 뽑았단다.

명종 때는 전국 8도에 한 명씩 암행어사를 파견했어. 이것을 '8도 암행어사'라고 해. 하지만 한 도에 수십 개 고을이 있어서 암행어사 혼자 다 돌아다닐 수는 없었어. 그렇다고 암행어사 수를 늘리면 비용도 많이 들고 비밀을 유지하기도 어렵지. 그래서 왕은 제비뽑기를 통해 암행어사가 둘러볼 마을을 정했어. 이를 '추생'이라고 해. 감찰할 고을이 정해지면 왕은 암행어사에게 임무와 목적지가 적힌 봉서, 일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이 기록된 책인 '팔도어사 재거사목' 한 권, 암행어사의 신분증인 마패 한 개와 유척, 여행 경비를 주었어. 여기서 유척은 지방 수령이나 암행어사가 시체를 검사할 때 쓴 도구야.

봉서의 겉봉에는 '남대문 밖에 나가 뜯어보아라'고 적혀 있었어. 미리 뜯거나 출발하기 전에 그것을 들고 자기 집에 들르면 처벌을 받았어. 또한 한번 암행어사로 떠나면 임무를 마치기 전에는 돌아올 수 없었어.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 해도 말이지.

수령이 큰 비리를 저지르면 직접 처벌하기도

암행어사는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허름한 옷을 입고 해당 고을로 갔어. 고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비밀리에 수령의 나쁜 짓이나 업적, 백성의 생활 형편 등을 조사했지.

수령에게 큰 비리가 있으면 암행어사가 직접 관가로 나갔는데, 이를 '출두' 또는 '출도'라고 해. 역졸이 마패로 문을 두드리며 "암행어사, 출두요!"라고 외쳤지. 그러면 역졸들이 벌 떼같이 관가로 모여들었단다.

암행어사는 수령의 부정과 비리를 적발하고 그 자리에서 처벌했어. 즉, 수령의 관인을 거두어들이고 봉고파직을 했지. 수령의 관인을 거두는 것은 수령의 직무 집행을 정지한다는 뜻이야. 봉고파직이란 다른 조사관이 상세히 증거를 조사하도록 창고 문을 막고 수령 자리를 뺏는 거야. 이렇게 되면 이웃 마을의 수령이 새 수령이 부임할 때까지 대신 일했어.

암행어사는 고을을 떠나면 왕에게 보고할 내용을 자세히 작성했어. 보고서는 서계와 별단으로 나뉘어. 서계는 자신의 감찰 활동 결과를 적은 문서이고, 별단은 상세한 보고가 필요한 내용을 별도로 기록한 것을 말해. 암행어사는 한양으로 돌아와 서계와 별단을 왕에게 바쳤어.

암행어사 가운데 임무를 잘 수행해 인정받는 사람이 많았어. 학자로 이름 높은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이 젊은 시절 암행어사로 활동했지. 암행어사 제도는 1896년 고종이 경상도에 파견한 암행어사 장석룡을 끝으로 폐지됐단다.

가문비 어린이 '역사를 바꾼 별난 직업 이야기' (신현배 글, 이소영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