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의 조건, 참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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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0.08 09:59

기후 적응 잘해야 하고
튼튼하게 쑥쑥 커야 하고
사람들이 예뻐하면 더 좋고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입니다. 도심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는 빨간 단풍과 노란 은행잎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계절 변화를 알립니다. 지역과 장소에 따라 가을 풍경에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아나요? 가로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죠.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어떤 나무를 심을지 결정한답니다.

	가로수의 조건, 참 많죠?
제주엔 열대성 수목, 서울에는 낙엽 활엽수종

	따뜻한 제주에 많은 야자나무
따뜻한 제주에 많은 야자나무
우선 각 지역의 기후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거나 더위를 못 견디는 사람이 있지요. 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지역의 환경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자생 수종'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나무가 쉽게 병 들거나 잘 자라지 않아요. 유지·보수에도 비용이 많이 들죠.

남쪽에 있는 제주도에서는 열대성인 야자나무를 만날 수 있어요. 제주와 전남·경남에서는 사계절 푸르고 잎이 넓은 상록 활엽수를 많이 심습니다. 가시나무·후박나무 등이에요.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서는 침엽수나 낙엽 활엽수가 흔합니다. 은행나무가 대표적인 침엽수죠. 낙엽 활엽수는 가을엔 잎이 지면서 거리에 낙엽을 쌓고, 겨울에 앙상한 가지만 남겨요. 느티나무·이팝나무 등이 있어요.

도시에서 살아남으려면 튼튼해야지!
	키가 크고 울창한 느티나무 / 조선일보 DB
키가 크고 울창한 느티나무 / 조선일보 DB
가로수는 병충해나 탁한 공기에도 강해야 합니다. 차도 옆 가로수는 매연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해요. 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이런 환경에 잘 적응한다고 알려졌어요. 버즘나무는 공기 정화 능력도 뛰어나요. 매일 3.6명이 방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3.5명이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하지요. 열섬현상(도심이 주변 지역보다 기온이 높은 현상)도 완화합니다. 대기의 열에너지를 36만㎉나 제거하는데요. 이는 15평형 에어컨 7대를 10시간 가동한 효과와 같아요. 최근 학자들은 미세 먼지에 강한 나무를 선별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공원에는 울창한 나무, 시내에는 키 작은 나무

	봄이면 예쁜 꽃 피우는 벚나무
봄이면 예쁜 꽃 피우는 벚나무
한 지역 안에서도 공간 쓰임에 따라 선호하는 수종이 달라요. 공원에는 키가 크고 잎이 넓게 자라 그늘을 제공할 수 있는 나무를 심습니다. 느티나무·벚나무 등이에요. 상업 지역에서는 키 작은 나무가 어울려요. 너무 높이 자라 간판과 도로 표지판을 가리거나, 전봇대의 전선을 건드리면 곤란하거든요. 자라는 속도가 빨라서도 안 됩니다. 가지치기를 자주 하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상업지역에서는 배롱나무·생강나무·산수유 등을 선호한답니다.

가지치기해도 잘 자라야

	길고 하얀 꽃 흐드러진 이팝나무
길고 하얀 꽃 흐드러진 이팝나무
가로수가 되려면 가지치기 후 다시 자라는 힘이 좋아야 합니다. 나무 모양을 예쁘게 유지하고 튼튼하게 자라게 하려면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데요. 가지치기 후 잘 자라는 수종과 그렇지 않은 수종이 있어요. 버즘나무는 가지를 많이 솎아내도 금방 회복합니다. 반면에 오동나무나 벚나무류는 자른 부분이 썩기도 해요. 소나무는 가지를 절단해도 새 가지가 나지 않거나 약하게 나오죠. 소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가로수로는 활용하지 않는 이유예요.

1970년대엔 은행나무, 요즘은 벚나무가 인기

가로수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2018년 기준 국내에 가장 많은 가로수종은 벚나무류(18.6%)입니다. 다음은 은행나무(12.5%), 이팝나무(7.4%), 느티나무(6.5%) 순이에요. 최근에는 꽃을 피우는 나무의 인기가 좋아요. 벚꽃이 관상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자체들이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앞다퉈 벚나무를 심었거든요. 길고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이팝나무도 식재량이 늘었죠.

1970~1980년대에는 은행나무와 버즘나무를 주로 심었습니다. 자라는 속도가 빨라 도시 녹음이 우거지게 하는 데 적합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 은행 열매의 악취 때문에 민원이 빗발치면서 은행나무를 없애는 곳이 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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