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비디오 판독 'VAR'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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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06 09:28

'매의 눈' 심판도 놓친 반칙
비디오 심판 잡아내 "당신 퇴장이야!"

스포츠 경기에는 언제나 '심판'이 존재한다. 하지만 냉철해 보이는 심판도 불완전한 인간일 뿐. '매의 눈'을 가졌다 해도 넓은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포착하기란 불가능하다. 오심(잘못 심판함) 논란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심판 판정에 승복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이제 스포츠계에서는 인간 판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의 도입이다. 배구·농구·야구·테니스·축구 등 다양한 종목에서 최근 '비디오 심판'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17년 5월 20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중 선수들이 비디오 판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전반 추가 시간에 조영욱이 추가 골을 넣었으나, 심판진은 ‘노골(골이 들어가지 않음)’을 선언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이승우가 조영욱에게 패스하기 전 공이 골라인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DB
2017년 5월 20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중 선수들이 비디오 판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전반 추가 시간에 조영욱이 추가 골을 넣었으나, 심판진은 ‘노골(골이 들어가지 않음)’을 선언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이승우가 조영욱에게 패스하기 전 공이 골라인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DB
판정 요청 횟수 무제한에 VAR 전용 센터까지

4일(한국 시각) '2019~2020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에버턴의 경기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안드레 고메스(에버턴)에게 깊은 백태클을 해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VAR 판독 후 주심은 옐로카드를 레드카드로 정정했고 손흥민은 퇴장당했다.

축구계는 VAR 사용에 보수적이었다. '오심도 경기의 중요한 요소'라는 고정관념이 강했다. 하지만 판정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6년부터 FIFA 주관 경기에 VAR을 도입했다. K리그는 2017년 7월부터 1부 리그에 VAR을 활용했다. 지난 한 해 비디오 판독이 151회 시행됐으며, 이 중 기존 판정이 뒤집힌 건 96회나 됐다.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도 2019~2020 시즌부터 VAR을 확인한다.

프로배구는 일찌감치 2007~2008 시즌부터 VAR 시스템을 활용했다. 경기 도중 감독관이 비디오를 다시 들여다보는 장면은 배구팬들에게 익숙하다. 지난 9월부터는 오심이 인정되는 한, 각 팀 감독이 횟수 제한 없이 판독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칙이 개정됐다. 기존에는 각 팀이 한 세트에 한 번만 요구할 수 있었다. 오심이라는 결정이 나도 단 한 번의 요청 기회만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관계자들만 볼 수 있던 판독 장면도 올해부터 대형 스크린으로 공개한다. 팬들과 함께 시비를 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비디오판독센터'를 따로 마련했다. 각 팀의 감독이나 심판이 비디오 판정을 요청하면, 비디오판독센터의 센터장과 판독관이 협의해 판정을 내린다.
	KBO ‘비디오판독센터’에서 엔지니어들이 경기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한국야구위원회 제공
KBO ‘비디오판독센터’에서 엔지니어들이 경기 영상을 확인하고 있다./한국야구위원회 제공
그럼에도 논란은 사라지지 않는다

VAR이 완벽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인간의 주관이 개입하는 부분이 있다. 축구공이 손에 닿은 경우 고의성이 있었는지는 심판이 판단하는 식이다. 정당한 몸싸움이었는지, 할리우드 액션이었는지도 심판이 판정한다. 실제로 축구팬 사이에서는 4일 경기 중 손흥민 퇴장이 적절한 징계 조치였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손흥민의 태클 직전에 고메스가 잔디에 걸려 넘어지던 상황과 쓰러진 고메스를 보고 충격에 빠져 눈물을 흘리는 손흥민의 모습 등을 비추어볼 때 지나친 판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비디오 판독을 정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판독 실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 스포츠 협회에서는 VAR 적용 규정을 촘촘하게 마련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4년 ▲홈런 ▲몸에 맞는 공 ▲타자의 파울 등 판독을 할 수 있는 7개 항목을 확정했다. 축구에서는 ▲골 ▲패널티킥 ▲퇴장 ▲신원 오인 상황에만 VAR을 실시한다.

VAR이 경기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디오를 돌려보기 위해 경기가 중단되면 보는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흐름을 주도하던 팀에 불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KBO는 판독 시간을 5분으로 제한하고, 5분 안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원심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종권 프로축구연맹 홍보팀 과장은 "원활한 경기 흐름이 주는 즐거움보다 판정의 정확성이 주는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겨서 VAR을 도입했다"며 "팬들도 판독 결과를 기다리는 것을 경기의 일부로 여길 만큼 부정적 시선이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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