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가작]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 이찬민 서울 자운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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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1 10:41

	[산문 가작]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지난 9월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친구들과 뚝섬유원지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로 했다. 나와 종우는 스케이트보드를, 우현이는 롱보드를 탄다.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고수들이 타는 내리막이 있는 곳에 올라갔다. "찬민아! 할 수 있어!" 옆에서 종우가 응원해 줬다. 아래를 내려보는 순간 심장이 쫄깃하고 식은땀이 흘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내리막인데, 내가 보기에는 바닥에 용암이 있는 아주 살벌한 내리막 같았다. 그때 옆에서 소리가 들렸다. "찬민아! 무서우면 하지 마." 종우가 소리쳤다. 그러자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일단 너부터 해 봐." 내가 이야기했다. "그래!" 종우는 고수라서 내리막을 타고 내려와 멋지게 착륙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안 할 수도 없고. 난 두 눈을 질끈 감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두 눈을 다 감으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눈을 뜨고 용기를 내서 내려왔다. "어, 어, 와~! 됐다!" 내가 환호성을 질렀다. 옆에서 종우가 박수를 보내 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뛰는 놈이고 종우는 나는 놈이었다.

"많이 봤는데. 우리 저번에 보드 같이 탔었지?" 그때 잘 모르는 중 3 형이 와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종우는 아는 눈치인지 "형이구나" 하면서 대번에 누군지 알아차렸다. 그 형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보드를 잘 탔다. 내 동생도 달려와 "와, 저 형 진짜 잘 탄다"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형이 웃으면서 "아~. 나 국가대표야"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얘기를 듣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뛰는 놈이 아니었다. 나는 기어다니는 놈, 친구는 뛰는 놈, 형은 나는 놈이었다. 난 이제부터 자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기 때문이다.
〈평〉 하하, 아주 재미있는 글이다. 글을 읽으며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글쓴이는 우리 속담을 썩 잘 활용해 글을 써내려간다. 속담을 제목으로만 썼다면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속담은 그 짧은 말 속에 숨은 뜻이 확실해서 많은 영화나 책 제목으로 쓰여 왔으니까.
이 글의 매력은 일이 진행되는 상황에 꼭 알맞게 속담을 빗대어 쓴 점이다. 글쓴이는 스케이트보드를 얼마나 잘 타는가에 따라서 ‘뛰는 놈’과 ‘나는 놈’을 나눴다. 글쓴이는 아주 판단력이 뛰어난 것 같다. 처음에는 자신을 ‘뛰는 놈’이라고 소개하더니 곧 ‘기는 놈’이라고 몸을 낮춘다. 까불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믿음직하다. 보드 타기는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하기도 하니 조심해야 한다. 실력도 없이 승부욕이 앞서거나 자신감이 넘치면 뜻밖의 사고를 내기 쉽다.
보드를 타고 처음으로 내리막을 내려갈 때의 긴장감과 성공했을 때의 환희를 잘 나타냈다. 실력이 앞선 친구 종우를 인정하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려는 모습이 멋지다. 이왕 속담을 활용했으니 한 걸음 더 나가볼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와 비슷한 말이 또 있다. ‘범 잡아먹는 담비가 있다’와 ‘파리 위에 날라리 있다’다. 다음엔 이 말들을 이용해 좋은 글을 보내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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