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서 만난 가을 농촌… "탈곡한 쌀로 떡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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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1.14 10:00

서울 신천초 '가을걷이 축제' 열어
직접 기른 벼 베고 탈곡·키질까지
한쪽에선 전통 공예·놀이 체험도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신천초등학교(교장 김미영)에서 도심 속에서만 자라는 아이들을 위한 가을걷이 축제가 열렸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2시 20분까지 학년별로 50분 동안 ▲벼 추수 ▲무·감 등 가을 작물 수확 ▲떡 만들기 ▲전통 짚공예(새끼 꼬기) 등을 교내에서 체험했다. 5년 전부터 매년 시행하는 신천초 가을걷이 축제는 직접 기른 농작물을 거둬들여 먹기까지의 과정을 학생들이 경험하면서 수확의 기쁨을 느끼게 하기 위해 시작됐다. 전통 공예 체험을 통해 조상의 지혜를 느낄 수도 있다.

"옛날에는 이렇게 새끼를 꼬아서 짚신을 만들어 신었단다. 너희는 박물관에서만 봤지?" 영농조합 할머니께서 천천히 새끼 꼬기 시범을 보여주셨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김예서(5학년) 양은 "탈곡기에 볏단을 넣을 때는 내 손이 딸려갈까 조금 무섭지만, 땅에서 무를 쑥 뽑을 때 드는 짜릿함이 정말 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은 학교 뒷마당의 감나무에서 딴 감 한 개와 텃밭에서 손수 뽑은 무 한 개를 들고 집에 간다. 준비한 장바구니에 그날 수확한 결실들을 담아간다. 가족들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기는 셈이다. 김 양은 "매년 직접 뽑은 무로 부모님께서 무채를 만들어 주시는데, 바로 수확해서인지 단단하고 아삭아삭해 아주 맛있다"고 했다.

신천초에서는 넓은 운동장 한쪽을 텃밭으로 가꾸는 데서 더 나아가 영농조합의 도움을 받아 학년별로 이삭을 심었다. 봄이 되면 물이 든 고무통에 벼를 쑥 밀어 넣어 이삭을 심고, 가을이 되면 각자 심었던 벼를 뽑는다. 심은 벼는 운동장 앞쪽에 전시된다. 학생들은 항상 자기 손길이 닿은 농작물을 살피며 생명의 신기함과 먹는 것의 소중함을 배운다.
	지난달 29일 가을걷이 축제가 열린 신천초에서 5학년 학생이 직접 떡메를 들고 떡을 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가을걷이 축제가 열린 신천초에서 5학년 학생이 직접 떡메를 들고 떡을 치고 있다.
가을걷이 축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행사는 인절미 먹기다. 반별로 돌아가며 친 떡을 바로 잘라 콩고물을 슬슬 묻혀 먹으면 세상 무엇보다 꿀맛이다. 학생들은 이삭을 심고 벼를 베고 탈곡한 다음, 키질을 하고 떡을 쳐서 나눠 먹는 우리 옛 풍습을 운동장에서 50분간 느껴볼 수 있었다. 조우재(5학년) 군은 "쌀알이 살아 있고 쫀득해 가게에서 파는 인절미와는 전혀 다른 맛"이라며 "인절미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떡메를 높이 들다가 엉뚱한 곳을 치기도 했다"고 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멀리까지 농촌체험을 떠나야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추수 체험이 더 특별하고 뜻깊었다. 우리 옛 농촌의 모습처럼 서로 협동하며 감사함을 느끼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운동장서 만난 가을 농촌… "탈곡한 쌀로 떡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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