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고종 31년) 겨울, 경복궁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피겨스케이팅 공연이 펼쳐졌다. 고종과 명성황후는 꽁꽁 언 연못 위 얼음판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시범을 보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따뜻한 온돌이 깔린 정자(亭子)에 앉아 스케이트 공연을 관람했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자는 경치가 좋은 곳에 쉬기 위해 지은 집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경복궁 후원에 있는 육각형 2층 정자인 향원정<사진>을 조사한 결과 도넛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온돌 시설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온돌을 갖춘 정자는 매우 드문 편인데, 향원정은 불을 때는 아궁이가 있는 독특한 구조라 온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온돌을 달군 연기가 빠져나갈 배출구가 확인되지 않아 지난 9월부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궁능유적본부와 연구소에 따르면 주요 온돌 시설인 구들장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온돌에서 불길과 연기가 나가는 통로(고래둑)와 불기운을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물게 하려고 온돌 윗목에 깊이 판 고랑(개자리)이 발견됐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방 전체를 데우는 일반적인 온돌 방식과 달리, 향원정은 가장자리만 난방을 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향기가 멀리 퍼지는 정자'를 뜻하는 보물 제1761호 향원정은 1867년(고종 4년)부터 1873년(고종 10년) 사이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