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특선] 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

  • 우효정 경남 창원 남양초 5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기사목록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입력 : 2019.12.02 09:15

늦은 밤이었다. 동생, 사촌 동생들과 모두 다 함께 할아버지 산소에 가기로 했다.

"얘들아, 손전등이 서랍에 하나 있고, 또 하나는 나한테 있어." 오늘은 큰아빠가 우리의 인솔자다. '지금 많이 늦었는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 같이 가는 거니까 괜찮아' 하는 생각도 있었다.

어두운 밤, 산이 무서워서 다 같이 손을 꼭 잡고 이야기하면서 올라갔다. "드디어 도착이다. 어? 돗자리가 없네?" 큰아빠가 말했다. "돗자리가 없으니까 할아버지께 묵념하고 내려가자." 2분 정도 묵념하고 내려가는데, 이상함을 느꼈다. 사촌 동생 성현이에게 말했다. "저기 밑에서 누가 오는 것 같지 않아? 무서워." 그 사이 아빠와 마주쳤다. "어? 아빠다!" '휴, 정말 다행이다. 아빠였구나.' "아빠, 우리 다 올라갔다가 이제 내려가는데…." 아빠 손에는 돗자리가 있었다. 돗자리를 챙겨 온 아빠가 그냥 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아빠가 말했다. "한 번 더 올라갈 사람?" 큰아빠는 내려가겠다고 했고, 동생들은 모두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나도 따라서 외쳤다. "저요! 저요!"

아빠와 함께 산을 다시 올라갔다. 깜깜한 밤, 우리밖에 없는데도 밤이 아닌 화창한 날 낮에 나들이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빠가 있으니까 더 무섭지 않았다. 할아버지 산소에 조용히 절을 하고 나서 아빠가 말했다. "손전등 꺼 봐. 그리고 한 번 누워 봐." '앗! 차가워. 이슬인가 보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이슬이 생기다니 신기하다.' "누나, 여기 물이 있는데?" 사촌 동생도 느꼈나 보다. "그건 이슬이라고 하는 건데 여기도 있어. 그냥 누워." 내가 대답해 주었다.

"자~. 별을 가장 빨리 찾는 사람이 누군지 보자." 아빠가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에이~. 아빠는 아까 먼저 봤잖아요." 내가 말하자 아빠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빠가 언제 봤다고~." 얼른 하늘을 봤지만 역시 아빠가 별을 먼저 찾았다. 그런데 다들 순위를 생각하지 않고 즐기는 것을 보고 반성했다. '모두 즐거워하고 있는데…. 나만 순위에 집착했다니….' 갑자기 모두가 조용해졌다. 메뚜기가 '톡, 톡' 뛰어다니는 소리,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늘엔 정말 별이 많았다. 우리 지역에서는 별을 찾기도 힘들었는데…. 장기자랑도 했다. 내 동생과 사촌 동생들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다. 나도 같이 즐기기로 했다. 산이라서 마음껏 소리도 지르고 놀았다. "야호~!" 하고 외치니 다들 따라서 외쳤다. "나는 우효정이다!"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아는 사람?" 아빠의 물음에 내가 제일 먼저 외쳤다. "내 나이가 어때서, 맞죠?" 아빠가 맞다고 하고 노래를 불렀다. 나도 따라 불렀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 다음에도 스트레스가 쌓일 때 이곳에 또 오면 좋겠다. 집으로 와서 자려는데 머릿속에서 산에 갔을 때의 기억이 떠나지 않았다. 자꾸 생각이 났다. 내 머릿속에는 하늘에서 총총하게 빛나는 별들이 떠 있다.
〈평〉 할아버지 산소에 갔던 날의 일을 빠짐없이 쓴 이 글은 곳곳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시간 순서에 따라 썼음에도 지루하긴커녕 색다른 내용에 끌려들게 된다. 돗자리가 없어서 묵념만 하고 내려가는 길에 만난 아빠의 등장 장면도 아주 극적이다. 어두운 산길에서 마주 오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 한껏 긴장했다가 아빠인 줄 알았을 때는 ‘휴’ 깊은숨을 쉴 수 있었다.
아빠의 제안에 따라 별을 제일 먼저 찾으려던 글쓴이는 반성했다. ‘누가 먼저 찾나’ 순서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즐겁게 밤하늘을 보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깨달은 거다. 그때부터 글쓴이는 ‘톡, 톡’ 메뚜기 뛰는 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기겠다는 욕심에 가득 차 있을 때는 결코 들을 수 없었던 소리다. 긴 글에서 대화 글과 설명하는 문장을 잘 섞어 쓴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운 글로 다시 만나자.
  • Copyright ⓒ 어린이조선일보 & Chosun.com
  • 제휴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