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작품을 뽑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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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02 09:15

산문|올가을은 서둘러 오기에 급히 갈 줄 알았더니 우리 곁에 오래오래 머물고 있다. 1년 중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날, 소설(小雪)이 지났는데도 고운 단풍을 보여준다. 짓궂은 가을비가 난데없는 가을 태풍을 데려와 심술을 부렸지만, 아직까지 버틴 단풍잎들이 참 대견하다. 자연은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낸다. 우리도 자연이 뿜어내는 기운을 받아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빛내 보자. 미래의 꿈을 꾸며.

이번 달은 아주 만족스러울 만큼 수준 높은 작품들로 행복하다. 어린 작가들이 마음을 다해 쓴 글을 읽을 때 얼마나 뿌듯한지! 글 속에 토해낸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소재가 다양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사람이 여러 작품을 보내온 수도 늘었다. 더 놀라운 것은 동화 창작에 도전한 점이다. 아직 구성이 약하고 어설프지만, 초등학생으로는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장르가 좋아도 기본 생활문으로 글쓰기 실력을 먼저 다져나가야겠지?

문인화



동시|길을 걷다가 시 한 줄에 걸음을 멈춘 적이 있다. 낡은 골목길 담벼락에 시와 그림이 있었다. 서서 시를 읽으며 도서관이나 책상에 앉아 읽는 시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가게 문에 붙여둔 한 편의 시, 식당 차림표 아래 한 줄의 시, 광고 전광판에도 시는 반짝이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시는 길을 나설 때마다 생각난다. 시를 밖으로 불러내 같이 걷는 것 같아 더 좋다.

친구에게 보내는 생일 초대장에 시를 한 편 보내는 건 어떨까? 우리 집 현관에 걸어두는 것은? 냉장고에, 식탁에 시를 두고 보는 건 더 좋을 것이다. 시는 시집 속에서 잠만 자는 걸 싫어할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와 함께 놀고 싶을 테니까. 응모한 시들 또한 몇몇은 신문에 실려 함께 읽을 수 있지만, 많은 작품이 그렇지 못하다. 이런 시들이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초대장에서, 일기장 속에서도 빛나길 바란다. 식탁 위에서 밥을 먹듯 시를 읽고, 현관에 걸린 시를 인사 대신 주고받는 아침을 보냈으면 좋겠다.

박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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