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도… 소년조선일보, 조선 어린이의 미래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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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03 09:47

'전시체제기 소년조선일보를 펼쳐보다' 학술 대회를 다녀오다


	1937년 창간된 소년조선일보. 천진난만한 동심을 표현한 사진 화보와 4컷 만화, 다채로운 삽화 등이 눈에 띈다.
1937년 창간된 소년조선일보. 천진난만한 동심을 표현한 사진 화보와 4컷 만화, 다채로운 삽화 등이 눈에 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80여 년 전,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1910~1945)라는 시련을 겪었어요. 일본의 식민지 지배 아래 억압받으면서 살았죠. 여러분이 이때 태어났다면 어땠을까요? 학교에서 우리말도 쓰지 못하고, 강제로 일본어와 일본 역사를 배워야 했을 거예요. 일제강점기는 우리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였지만, 그래도 미래를 밝히기 위한 노력은 끊이지 않았어요. 그중에는 지금 여러분이 읽는 '어린이조선일보'도 있었지요. 이 시기 어린이들은 '소년조선일보(당시 이름)'를 보며 공부하고, 한글로 적힌 다양한 아동 문학을 읽으며 저마다 꿈을 키웠답니다.

이처럼 소년조선일보가 일제강점기에 어린이만을 위한 대중매체로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돌아보는 자리가 지난달 30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렸어요. '전시(전쟁이 벌어진 때)체제기 어린이 미디어의 공간: 소년조선일보(1937~1940)를 펼쳐보다'를 주제로 근대서지학회와 청주고인쇄박물관이 공동 주최한 학술 대회에 다녀왔습니다.

미래 밝히는 등불 된 소년조선일보

'앞으로 어린이를 위대한 조상보다 더 위대하게 키워야 합니다. 어린이는 우리 사회를 뒤이을 사람입니다.' 소년조선일보 창간일에 실린 조선일보 사설은 어린이 신문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미래 사회의 주인공이요, 조선의 희망인 어린이를 위한 신문'이라고 소년조선일보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조은숙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에 따르면, 당시 조선일보사가 '언론사도 사회의 미래인 어린이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무가 있다'며 어린이 신문을 만들었어요.

소년조선일보는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던 1937년 1월 10일 처음 발간됐어요. 신문사가 매주 발행한 어린이 신문으로서는 최초였지요. 그러나 한국어로 쓰인 신문을 펴내지 못하게 하면서 1940년 8월 10일을 끝으로 폐간되고 말았어요.(이후 1955년 부활했고, 2018년에는 이름을 바꾸면서 지금의 '어린이조선일보'가 됐습니다.) 당시 소년조선일보는 조선일보를 구독하는 가정에 무료로 나눠 주던 신문이었다고 해요. 조선총독부 통계에서 1939년 조선일보의 발행 부수가 5만9394부였다고 하니, 상당히 많은 어린이가 소년조선일보를 봤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요.

	왼쪽부터 조은숙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이미정 건국대학교 동화·한국어문화전공 교수, 조성순 아동문학평론가, 김현숙 아동문학평론가.
왼쪽부터 조은숙 춘천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이미정 건국대학교 동화·한국어문화전공 교수, 조성순 아동문학평론가, 김현숙 아동문학평론가.

공부부터 재미까지 신문 하나로

매주 일요일 발행된 소년조선일보는 지금의 어린이조선일보과 같은 크기(약 가로 27㎝×세로 40㎝)였대요. 총 4면으로 이뤄졌는데, 표지인 1면에는 주로 사진 화보를 크게 실었고, 2면에서는 국내외의 여러 소식을 전달했어요. 3면은 역사·과학·지리·수학·어학 등을 공부하는 학습면과 독자가 지은 동요·작문 등이 실렸어요. 4면은 만화·퀴즈 같은 오락거리와 동화·소설 등 문예 작품으로 채웠고요. 독자가 보내온 글에는 간단한 의견이나 감상을 남기는 등 독자와 소통하려는 시도도 엿보여요.

현재 어린이조선일보 2면에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빠지지 않고 실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맞아요. 정답은 만화 ‘땡글이’입니다. 땡글이는 독자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코너 중 하나지요. 일제강점기 어린이들도 매주 신문에서 만화를 보며 웃었어요. 조성순 아동문학평론가는 “소년조선일보에 등장한 여러 삽화나 만화가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길러줬다”고 했어요. 어린이의 꿈을 키우는 아동 문학 작품도 상당수 소개됐지요. 널리 알려진 ‘여우와 학’ 같은 이솝우화부터 안데르센 동화, 소설 ‘로빈슨크루소’ 등이 지면을 차지했어요. 3년 8개월 동안 300여 편의 작품이 실렸고, 이 가운데 국내 작가가 쓴 것은 195편이었어요. 김현숙 아동문학평론가는 “혼란스러운 식민지 체제에서도 동화와 아동 소설은 빠짐없이 수록됐다”고 설명했어요. 일제강점기 아동 문학이 발달하고 널리 읽히는 데 소년조선일보가 도움을 준 셈이죠.

일제의 요구 vs. 민족의 열망

소년조선일보는 ‘어른들은 들어오지 못할 어린이만의 세계’를 내세우며 혹독한 시대에서 어린이를 보호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현실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지요. 이미정 건국대학교 동화·한국어문화전공 교수는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으로 구성한 학습면에서 일본어와 일본 문화, 역사, 일제가 요구하는 사상까지 전달했다”고 지적했어요. 당시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일본어를 국어로, 일본 역사를 국사로 가르쳤거든요. 이 교수는 “그래도 민족의 열망은 외면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소년조선일보는 조선어에 대한 검열이 심했던 1939년에 우리글을 가르치는 ‘조선어시간’이라는 코너를 만들었어요. 우리 민족의 과거를 돌아보는 ‘역사 이야기’ 코너도 이어갔지요.

이처럼 어지러운 시대에 어린이를 더 큰 사람으로 자라게 하려고 많은 사람이 애를 썼어요. 소년조선일보는 일제의 압박에 의해 폐간됐지만, 신문을 읽던 어린이들의 성장은 막지 못했어요. 1945년 우리는 독립을 맞았고, 이들은 꿈꿨던 독립국에서 우리나라를 이끄는 어른이 됐으니까요. 자, 어린이조선일보 독자 여러분이 만들어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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