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에 퍼지는 달콤한 맛과 쫀득쫀득한 타피오카 펄 알갱이 하면? 목이 마를 때마다 한 모금 '꿀꺽' 하고 싶은 마성의 음료, 밀크티가 떠오른다. 대만에서 인기를 누린 흑당밀크티가 지난해 국내에 들어오면서 어린이들 사이에서 흑당밀크티 열풍이 불었다. 어느새 밀크티 맛에 '중독'된 아이들은 여전히 밀크티 전문점의 주요 고객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많은 어린이가 밀크티를 마시지만, 밀크티를 쌉싸래한 홍차로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어린이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홍차는 어떤 음료일까? 녹차랑 홍차는 또 무엇이 다르고? 알다가도 모를 차(茶)의 세계를 맛보러 어린이조선일보 명예기자단이 출동했다. 지난 16일 박태희(경남 창원 동부초 5)·장윤서(서울 묵현초 4) 양, 오채민(서울 신용산초 3) 군이 서울 성동구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을 방문했다.

"차가 모두 한 나무에서 나온다고요?"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티(tea·차)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기관이다. 이날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차 선생님 '홍차언니'로 활동하는 이주현 실장이 명예기자들과 차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교육장에 들어서자 차 향기가 가득했다. 이날 멀리 경남 창원에서 온 태희 양은 "좋은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차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아는 사람?" 홍차언니가 묻자 명예기자들이 저마다 손을 들었다. "녹차?" "유자차도 있어요!" 홍차언니는 "모두 맞는다"며 "세상에는 우리가 다 알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차가 있다"고 했다. 홍차언니가 "흔히 아는 녹차·홍차·우롱차·보이차·백차·황차 등이 모두 '카멜리아 시넨시스'라는 차나무에서 나온다"며 "이 차 나뭇잎으로 만든 차만 '진짜 차'고, 그렇지 않으면 엄밀히 따지면 '진짜 차가 아닌 차'로 본다"고 하자 명예기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같은 나무에서 수확한 찻잎이라도, 어떻게 발효하느냐에 따라 차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녹차는 거의 발효되지 않은 상태고, 홍차는 완전히 발효된 차다.

왕족 예절 지켜 우아하게 차 마시기

명예기자들은 과일차를 우려 마셔 보기로 했다. 먼저 말린 과일 조각 3g을 오목한 그릇에 옮겨 담았다. 작은 숟가락을 조심히 움직이는 명예기자들의 눈빛이 진지했다. "앗, 저울을 보니 5g이나 됐어요." 윤서 양이 다시 조각을 덜어내 3g을 맞췄다. 다음으로는 차를 우리는 작은 주전자인 티팟에 말린 과일을 넣었다. 뜨거운 물을 붓는 과정은 위험할 수 있어 홍차언니와 함께 했다. "과일차는 3분이면 충분히 우러나 마실 수 있어요. 그런데 2분 더 기다리면 과일 향이 훨씬 달게 잘 우러나죠.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5분 기다릴래요!" 명예기자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티팟 뚜껑을 닫고 기다리는 동안 홍차언니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차를 가장 먼저 마신 나라는 중국이에요. 곧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독자적인 차 문화가 형성됐죠. 특히 영국 왕과 귀족들은 맛있는 과자를 곁들여 홍차를 우유에 섞어 마시는 '애프터눈 티'를 즐겼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밀크티도 여기서 왔죠." 홍차언니는 "영국 귀족 문화인 만큼 홍차를 마실 때는 큰 소리를 내서는 안 되며, 차분하고 우아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삐비빅.' 타이머가 5분이 지났음을 알렸다. 티팟을 기울여 우러난 차를 찻잔에 부었다. 차를 맛보는 명예기자들의 눈이 커졌다. 맛이 달콤해서 놀랐다는 태희 양은 "지금까지 차는 모두 쓰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맛있는 차라면 더 찾아 마시고 싶다"며 웃었다. 채민 군은 차 향기를 맡으며 "망고가 들어간 게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실제 이날 마신 것은 파인애플과 망고, 파파야 등 열대 과일을 말려 만든 차였다.

직접 만든 밀크티 한 모금에 향긋한 사람 된 듯

이번에는 명예기자들이 직접 밀크티 만들기에 나섰다. "예전에 애프터눈 티를 마시러 갔는데, 맛이 없을까 봐 과자만 먹었지 뭐예요. 오늘 밀크티를 배워서 다음에는 충분히 즐기고 싶어요." 윤서 양이 비커에 담긴 뜨거운 물 30㎖에 홍차 가루 10g을 풀었다.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찻숟가락으로 잘 저어야 해요." 홍차언니가 지적하자 채민 군은 "가루에서 쓴 냄새가 난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물에 푼 홍차 가루에 우유 200㎖를 붓자 쓴 냄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디단 밀크티가 나타났다. "우아!" 태희 양은 "흑당밀크티보다 덜 달지만 비슷한 맛"이라며 "맛있다"고 덧붙였다.

"차를 좋아하는 할아버지께 밀크티를 만들어 드릴 거예요. 기회가 된다면 제 손으로 차나무를 키워 차를 많이 마시고 싶어요. 제대로 차를 마셔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향긋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