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명예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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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07 10:00

반기문 할아버지! 정말 뵙고 싶었어요

'꼭 뽑아주세요.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과 만나고 싶어요!'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실에 이메일과 전화가 폭주했습니다. '반기문 전(前) 유엔사무총장을 만나 인터뷰할 어린이 기자를 모집한다'는 기사가 나간 날부터 벌어진 일입니다. 반 전 총장은 어린이들에게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로 통하지요. 제8대 유엔사무총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겸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외에서 힘쓰고 있어요.

	[출동! 명예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어린이조선일보 독자 8명을 만난 자리에서 “너희가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라며 “남을 먼저 생각하는 ‘세계 시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줄 가운데부터 시계 방향으로) 반 전 총장, 정다현·양예은·허연우·이서연·고아름·박한주 양, 진찬호·최태양 군. / 김종연 기자
초등학생들은 과연 반 전 총장에게 어떤 점을 궁금해할까요? 공정한 절차로 선발된 고아름(서울 북가좌초 5)·박한주(경기 동탄 솔빛초 졸)·양예은(광주광역시 유촌초 5)·이서연(경기 화성 동학초 4)·정다현(대전 도안초 졸) 양, 진찬호(경북 구미초5)·최태양(서울 종암초 3) 군, 허연우(부산 거제초 졸) 양이 지난달 28일 보다나은미래를위한 반기문재단(서울 종로구)에서 반 전 총장을 만났습니다.

한 명 한 명 손 잡으며 반가워한 반 前 총장
"여러분, 궁금한 게 뭐지?"


	[출동! 명예기자]
김종연 기자
"여러분 할아버지가 내 나이와 비슷하겠구나."

반기문(76) 전 유엔사무총장이 인터뷰 장소인 재단 회의실에 들어선 건 약속 시각에서 1분 오차도 없는 오후 3시 30분이었어요. 오자마자 고사리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학년을 묻고 반가워하던 반 전 총장은 바짝 긴장한 어린이들 표정을 보더니 옛날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전쟁통에 제대로 된 학교 건물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유엔(UN·국제연합) 도움으로 만든 교과서로 공부했었다"며 "요즘은 우리가 오히려 다른 나라를 돕는 국가가 됐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했습니다. TV에서 보던 인물을 앞에 두고 잔뜩 얼었던 어린이들 표정이 조금씩 풀리더군요. 그러자 반 전 총장이 물었습니다. "여러분, 나한테 궁금한 게 뭐지?"

	[출동! 명예기자]
"구미는 시골이 아닌 것 같은데(웃음). 영어 공부를 할 때는 복습이 가장 중요해. 배운 것을 다시 보면서 익히는 거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영어 단어를 20번씩 써오라는 숙제가 늘 있었어. 단어가 10개만 돼도 200번이나 적어야 하잖니. 그래도 대충 하지 않고 '다 외운다'는 마음으로 정성 들여 썼지. 간단한 문장은 통째로 암기해 두면 나중에 영어로 말할 기회가 있을 때 쉽게 쓸 수 있단다."

	“유엔에서 일할 때 가장 보람 있었던 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17개 목표를 제시한 거야.” 반 전 총장은 “지금 내가 입은 옷에 달린 배지의 다양한 색깔이 17개 목표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유엔에서 일할 때 가장 보람 있었던 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17개 목표를 제시한 거야.” 반 전 총장은 “지금 내가 입은 옷에 달린 배지의 다양한 색깔이 17개 목표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출동! 명예기자]
"첫째는 2015년 프랑스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이끌어낸 일이야.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전보다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의 약속인데, 9년간 노력 끝에 195개국을 설득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단다. 둘째는 어려운 국가들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17개 발전 목표(UN-SDGs)를 제시하면서 노력했던 거야. 지금도 지구에는 깨끗한 물을 못 마시는 사람이 10억 명이고, 전기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 12억 명이나 돼. 그런 환경을 개선해야 발전이 가능하거든. 17개 발전 목표에는 모든 종류의 불평등을 없애고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하자는 등의 내용을 담았어. 셋째는 소녀들의 지위를 향상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점이야. 여성을 위한 기구(UN Women)를 유엔 내에 만들기도 했지."

	[출동! 명예기자]
"모두가 나를 좋아하거나 내 의견을 지지할 수는 없어. 유엔사무총장으로 일할 때 나 개인보다는 유엔이라는 조직을 겨냥한 비판을 주로 받았지. '이런 문제에 왜 더 잘 대처하지 못했느냐'는 거야. 물론 조직의 일 처리에 대한 최종 책임은 내게 있으니까 나를 향한 비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 어쨌든 그런 말을 들을 땐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려고 했어. 예를 들면 화재나 홍수가 발생했다면 다음번에는 이런 재난에 더 나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거지."

"보람 가장 큰 성과는 '기후변화협약"
9년간의 노력으로 195國 설득했지"


	[출동! 명예기자]
"(크게 웃으며) 그래, 그게 궁금할 수 있겠다. 손님이 우리 집에 오면 음식 값을 지불하라고 하지 않잖아. 그런 것처럼 유엔사무총장이 방문하면 호텔 숙박비를 대신 내주는 정부가 많단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유엔에서 미리 책정해둔 비용으로 내. 비행기표 값은 대체로 유엔이 내지. 개인이 내는 일은 별로 없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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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북아메리카에 있는 아이티라는 나라에 규모 7.0의 큰 지진이 일어났어. 집이나 학교는 물론이고 공항도 무너져서 비행기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나와 유엔 직원들은 최대한 빠르게 해당 지역에 갔어.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처참한 현장을 직접 확인한 뒤, 세계 지도자들을 설득해 성금 약 1조 원을 모아 아이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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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영어 공부를 잘했지만, 과학은 열심히 하지 못했어. 과학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분야지. 특히 인공 지능(AI) 등이 발달하면서 과학이 여느 때보다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잖아. 아까 연우 너는 부산에서 자동차로 6시간 넘게 걸려 서울에 왔다고 했지? 앞으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금방 올 수 있을 거야. 내가 지금 초등학생이라면 과학 과목을 성실하게 공부해서 인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구나."

"과학은 더 좋은 세상 만들어주는 학문
내가 초등생이라면 더 열심히 배울 것"

	[출동! 명예기자]
"좋은 질문이야. 세계에서 1년에 700만 명이 공기 질 때문에 원래 수명보다 빨리 생명을 잃고 있어. 특히 우리나라 대기 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최하위인 35위야. 내가 위원장을 맡은 국가기후환경회의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어. 중요한 것은 화력발전소를 줄이는 거야. 화력발전소는 석탄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공기를 오염시키거든. 우리 정부는 현재 60개인 화력발전소를 점점 줄여나갈 예정이야. 초등학생들도 공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단다. 전기를 아끼고 쓰레기를 줄이는 거야.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발전소를 돌릴 때, 쓰레기가 썩을 때 모두 미세 먼지가 발생하거든. 그러니 평소 조금씩만 노력하면 우리도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겠지?"

반 前 총장이 아이들에게 남긴 당부는
"남을 먼저 위하는 세계 시민이 되세요"

	[출동! 명예기자]
"손자 네 명이 초등학생이라 여러분을 보니 손자들이 떠오르네. 그 아이들에겐 '남을 위하는 세계 시민이 되라'고 늘 얘기해. 당장 내게 손해가 되더라도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자기 나라 못지않게 다른 국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만일 다른 민족이나 국가를 포용하는 '세계 시민 정신'을 갖춘다면 싸움을 멈출 수 있을 거야."

	[출동! 명예기자]
약속한 인터뷰 시간(60분)에서 20분이 더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반 전 총장은 어린이들 질문에 모두 꼼꼼하게 답변하고 한 명, 한 명 사진 찍으며 사인도 해줬지요. 이어 말했습니다. "나는 지나간 세대야. 이제는 여러분이 '희망'이지.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 미래를 책임지는 세대로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즐겁게 지내면 좋겠다. 오늘 너희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

	[출동! 명예기자]
반기문은…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충주에서 초·중·고를 다닌 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무고시에 합격해 들어간 외무부에서는 초고속 승진을 거쳐 2004년 외교통상부 장관에 올랐으며, 2006~2016년 유엔사무총장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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