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신비한 고대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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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14 09:43

김세엉 기자의 이집트 여행

고대 유물의 천국, 이집트로 가는 길이 다시 열렸습니다.

지난 2010년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슬람 국가에 시민혁명이 발생하면서, 이듬해 주변 국가인 이집트에서도 장기 집권하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자리를 내려놓았어요. 이집트 전역이 혼란에 빠져 각종 범죄가 이어졌고, 우리 정부는 전세기까지 동원해 교민들을 탈출시켰습니다. 관광객은 뚝 끊겼죠. 누가 이렇게 위험한 국가에 여행을 가려고 하겠어요?

이런 상황이 누구보다 답답했던 건 이집트 정부였을 겁니다. 고대 인류 문명 유적이라는 최고의 관광 자원을 갖췄으니 외국인이 놀러 오기만 하면 되는데, 그 길이 딱 막혀 버려 얼마나 속이 탔겠어요

그래서일까요. 약 10년이 지난 요즘 이집트 정부는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안전을 걱정하는 외국인 손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경찰차가 관광버스를 호위합니다. 관광지에서 호객할 경우 최대 벌금 1만 이집트파운드(약 73만 원)를 물리는 법규도 만들었어요. 몇 달에 한 번꼴로 새 유물을 발굴했다며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해요.

람세스 2세와 클레오파트라를 책으로 만나며 초등학교 때부터 '이집트 판타지'를 키워온 기자가 이때를 놓칠 수 없죠. 지난달 9일 인천을 떠나 이집트 8개 도시를 돌아보고 17일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집트의 상징으로 꼽히는 스핑크스. 얼굴은 여성, 몸은 사자의 모습으로 각각 인간의 지혜와 사자의 용맹성을 뜻한다. 높이 20m의 이 석상은 코가 부서져 있는데, 이에 관해선 이집트가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를 받던 16세기에 이집트인들이 스핑크스 코를 과녁 삼아 사격 연습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다.
이집트의 상징으로 꼽히는 스핑크스. 얼굴은 여성, 몸은 사자의 모습으로 각각 인간의 지혜와 사자의 용맹성을 뜻한다. 높이 20m의 이 석상은 코가 부서져 있는데, 이에 관해선 이집트가 오스만투르크의 지배를 받던 16세기에 이집트인들이 스핑크스 코를 과녁 삼아 사격 연습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5200여 년 전, 나일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이집트는 국토의 95%가 사막이라 생존을 위해 물가에 살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1년에 1번 나일강이 범람하고 나면 저 멀리서 질 좋은 흙이 쓸려와 농사하기 알맞은 환경이 됐거든요. 기원전 3000년 경에는 이곳에 통일 왕국이 세워지면서 인류 4대 고대 문명 중 하나인 ‘이집트 문명’이 생겨났습니다.

오랜 역사 덕분에 현재 이집트는 국가 전체가 거대한 유물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느 도시에서 무엇을 보든 최소 수천 년 전 물건’이라는 우스개를 할 정도죠.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유물이 발굴됩니다.
	아부심벨의 람세스 2세 대신전.
아부심벨의 람세스 2세 대신전.
'수퍼스타' 파라오가 현대 이집트인 먹여 살려

고대 이집트의 ‘수퍼스타’는 단연 람세스 2세(BC 1303년~BC 1213년으로 추정)입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파라오(고대 이집트 최고 통치자)인 그는 고대 이집트의 최고 전성기를 통치하고 외국으로 지배력을 넓혔습니다. 남부 도시 아부심벨의 ‘람세스 2세 대(大)신전’에 가면 20m 넘는 조각상 4개가 문 앞을 떡하니 지키는데, 그들의 거대한 발 옆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구불구불한 고대 문자와 크고 작은 그림으로 가득합니다. 바글대는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넋을 놓고 신전 안팎을 오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기자처럼 ‘수천 년 전 사람이 이렇게 장대하고도 섬세한 신전을 세웠다니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홀린 듯한 관광객들 표정을 보니 과연 3000년 전 람세스 2세가 현대 이집트인들까지 먹여 살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파라오는 죽은 뒤 수많은 보석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런데 도굴꾼들이 무덤을 파내 파라오의 미라와 보물을 훔쳐가는 일이 잦았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파라오와 그 가족 무덤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만들었어요. ‘왕가의 계곡’으로 불리는 이 공동묘지는 19세기에야 룩소르라는 도시에서 발견됐습니다. 아무리 봐도 풀 한 포기 없는 바위산에 불과한데 여기저기 파 보니 왕가의 무덤이 62기나 나왔다는 겁니다. 알록달록한 벽화로 유명한 ‘네페르타리 무덤’을 포함한 일부 구역은 관람이 가능했습니다. 이 외에도 룩소르에는 고대 이집트 최대 규모 신전인 ‘카르나크 신전’, 최초 여성 파라오가 세운 ‘핫셉수트 장제전’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벽과 기둥마다 빈틈없이 들어찬 그림과 문자, 권위 넘치는 석상 옆을 걸으니 ‘밤낮 일했던 게 모두 이 신비로운 곳에 오기 위해서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①아부심벨의 람세스 2세 대신전. 안에 들어가면 왕의 업적을 칭송하는 벽화가 가득하다. 이 그림은 람세스 2세가 적군을 때려잡는 모습을 묘사했다. ② 137m 높이의 쿠푸왕 피라미드. 평균 높이 1m에 폭 2m인 돌을 230만 장이나 쌓아 올렸는데, 이 돌을 모두 운반하려면 7t짜리 트럭이 98만 대 필요하다고 한다.
①아부심벨의 람세스 2세 대신전. 안에 들어가면 왕의 업적을 칭송하는 벽화가 가득하다. 이 그림은 람세스 2세가 적군을 때려잡는 모습을 묘사했다. ② 137m 높이의 쿠푸왕 피라미드. 평균 높이 1m에 폭 2m인 돌을 230만 장이나 쌓아 올렸는데, 이 돌을 모두 운반하려면 7t짜리 트럭이 98만 대 필요하다고 한다.
파라오는 자기 힘을 과시하기 위해 크고 단단한 돌을 쌓아 무덤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것을 ‘피라미드’라고 해요. 기자(Giza)에 위치한 쿠푸왕 피라미드는 높이가 137m에 이릅니다. 한 장에 2.5t(톤) 나가는 돌을 무려 230만 장이나 쌓았어요. 입장료를 내면 피라미드 안에도 들어갈 수 있는데, 오리걸음을 해야 지날 수 있는 낮고 위태로운 길을 따라 수십 m를 오르다 보면 고대 이집트인의 수학 능력과 노동자의 노고에 더 놀라게 되지요.

이집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태양신을 모시던 신전이에요. 여름이면 기온이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살인적 뙤약볕 아래 살았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신을 섬겼거든요.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는 별명이 있는 오벨리스크는 태양신을 숭배하던 이집트인들이 돌을 깎아 만든 기다란 유적이에요. 오벨리스크는 언제나 두 개를 함께 세웠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은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는 오벨리스크가 많지요. 나머지는 프랑스·미국·터키 등 여러 나라에 옮겨져 있답니다.
	카르나크 신전의 열주식 홀에는 최고 높이가 23m나 되는 기둥 134개가 들어차 장엄한 분위기가 난다.
카르나크 신전의 열주식 홀에는 최고 높이가 23m나 되는 기둥 134개가 들어차 장엄한 분위기가 난다.
유물이 넘 쳐 흐르는 나라 … 빈곤 해결은 과제

유적지를 다니다 보면 어느새 감탄이 잦아들고 안타까움이 깃든 탄식이 나옵니다. 수천 년 된 유물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 하는 듯한 모습 때문이에요. 특히 카이로 고고학박물관은 수장고(귀한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이곳에 펜스조차 없이 전시된 일부 조각상은 관람객 손때가 묻어 매끈하게 변했어요. 관광객들은 길모퉁이에 선 람세스 2세 석상의 팔다리를 쓱쓱 만지며 지나갑니다. 어떤 유물은 사다리 없이는 못 볼 만큼 높은 곳에 방치돼 있습니다. 현재 이집트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고고학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이곳 유물을 기자(Giza)로 옮기고 있습니다.
	①높이 17m의 멤논 거상. 기원전 27년 지진으로 돌에 금이 간 이후, 매일 아침 이곳에서 누군가의 울음이 들렸다고 한다. 해 뜰 무렵 일교차에 의해 이런 소리가 났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②카이로 시장 풍경. 빵 수십 개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어린이에게서 지나가던 여성이 빵을 사고 있다.
③‘왕가의 계곡’ 무덤 일부는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네페르타리(람세스 2세의 부인) 무덤에는 이처럼 알록달록한 벽화가 가득해 신비로움을 더한다.
①높이 17m의 멤논 거상. 기원전 27년 지진으로 돌에 금이 간 이후, 매일 아침 이곳에서 누군가의 울음이 들렸다고 한다. 해 뜰 무렵 일교차에 의해 이런 소리가 났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②카이로 시장 풍경. 빵 수십 개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어린이에게서 지나가던 여성이 빵을 사고 있다. ③‘왕가의 계곡’ 무덤 일부는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네페르타리(람세스 2세의 부인) 무덤에는 이처럼 알록달록한 벽화가 가득해 신비로움을 더한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는 정신이 번쩍 듭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원 달러(1달러만 주세요)!” 때문입니다. 피라미드 앞에서 티셔츠 파는 사람도, 외국인이 지나갈 때마다 쫓아가 매달리던 꼬마도 모두 “원 달러”를 외칩니다. 심지어 피라미드나 신전 안에 근무하는 직원도 “카메라 줘. 사진 찍어줄게” 하더니 “내가 잘 찍었으니 원 달러를 달라”고 합니다. 전쟁 직후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미군을 따라다니며 “기브 미 초콜릿(초콜릿 주세요)”을 외쳤다는 어르신들 얘기가 떠올라 마음이 무겁습니다. 별 필요도 없는데 1달러에 12장이라는 책갈피를 샀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이집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49달러(약 302만 원)입니다. 같은 기간 한국의 3만3346달러(약 3960만 원)의 10분의 1도 안 되지요. 이 어린이들이 어른이 될 무렵이면 이집트도 고도성장을 해 ‘그땐 그랬지’ 하며 과거를 추억하게 될까요. 부디 태양신의 가호가 있기를.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신비한 고대 이집트
■이집트는

위치
아프리카 북부
인구 1억 명
종교 이슬람교
언어 아랍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 2549달러(약 302만 원· 2018년 통계청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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