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엄마~! 제발요! 네? 앞으로 말 잘 듣는 착한 딸 될게요!" "생각을 좀 해 볼게." 요즘 나는 한 가지 관심사에 푹 사로잡혀 있다. 그건 바로 해외여행이다!

어느 화창한 날, 학교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지민이가 "이번 달에 중국으로 여행 가! 가서 용갱도 보고 만리장성도 걸을 거야. 아! 밤에 야시장도 봐야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랑하는 투로 말하는 지민이에게 '그래, 너 잘났다!'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진짜? 와~ 부럽다! 나는 한 번도 안 가봤는데!"라고 대답했다. 며칠 후, 이번에는 민채가 괌에 간다는 거다. "괌에서 스노클링도 하고 무려 5성급 호텔에 묵을 예정이야. 엄마가 그러는데, 바닷물이 에메랄드 색깔이래!" 서현이도 러시아 여행을 간다고 했다. "바실리 성당은 기본으로 갈 거고, 스케이트를 탈 거야! 초콜릿도 잔뜩 먹고, 썰매도 타야지!"

그때부터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불같이 활활 타올랐다. '그래! 나도 유럽에 가서 꼭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스페인에서 바로크 양식을 보면서 기념품도 사고, 젤라토도 먹을 거야! 프랑스에 가면 에펠탑을 볼 거고, 영국에서는 신사랑 춤춰야지.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도 먹을래!' 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부모님의 대답은 칼 같았다. "해외여행은 국내여행과 달라. 비자도 받아야 하고,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면 국제 미아가 될 수도 있어. 정 가고 싶으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렴. 아니다! 아빠가 진급하면 기념으로 한번 가자." 정말로 어이가 없었지만 세계 지리와 세계 여러 나라 언어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같은 대륙이구나. 어? 여기는 아랍어를 쓰네?' 마트 여행사에서 내놓는 여행 책자도 한 권씩 가져와서 열심히 보고 또 본다. 혼자 할 일이 없을 때면 실제로 해외여행 간 모습을 조용히 상상해 본다. 그러면 내 입꼬리가 저절로 두둥실 귀에 걸린다.

어느 날, 여전히 여행 책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엄마께서 "예은아, 아빠가 진급하셨대. 여권도 만들었으니 2020년에는 꼭 해외여행 가자. 엄마가 약속해" 하고 말씀하시는 거다. 순간 너무 좋았다. 뛸 듯이 기뻤다. 해외여행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중 하나를 이룰 수 있다니! 지금까지 영어에 흥미가 없었는데, 갑자기 영어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영어를 빨리 공부해서 여행 갔을 때 외국인들과 대화하고 싶었다. 아직 완전히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전 세계로 여행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시야를 넓히는 양예은이 됐으면 좋겠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면 아이들에게 이 말을 맨 처음으로 해야겠다. "얘들아! 나 해외여행 간다~!" "우아, 진짜? 너 짱인데?"

〈평〉 와, 정말 좋겠다! 얼마나 좋으면 제목에 느낌표를 두 번이나 썼을까? 바라고 바라던 꿈이 이뤄진 기쁨을 잘 나타낸 제목이다.
이 글은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글쓴이가 엄마에게 조르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토록 꿈꾸는 해외여행은 좀체 허락이 나지 않았다. 글쓴이의 남다른 점은 이때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외국인과 대화하려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여행 책자를 두루 읽으며 여러 나라의 문화와 지리도 익힌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미리 지식을 쌓았으니 남이 못 보는 것을 보고 느낄 게 틀림없다. 아무 목적 없이 그냥 다녀오는 게 아니라 여행으로 시야를 넓히겠다는 야무진 꿈이 머잖아 이루어지게 된 걸 축하한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여행은 사서 하는 고생이니 즐거울 수밖에! 어느 나라를 여행할지 아직 모르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보람과 기쁨은 배가 될 거다. 오랫동안 기다리고 노력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