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기계 심은 '사이보그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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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25 09:56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재난·테러 현장 누빈다

단단한 메뚜기의 등 통신 장치 메도 끄떡 없지
살아 있는 곤충으로 실험? 윤리적 문제 생각해 봐야

바야흐로 '로봇 시대'입니다. 로봇이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고 있어요. 방 청소, 식당 서빙, 병간호 등 사람이 하던 다양한 일을 대신 해주죠. 일각에서는 생명체를 닮은 로봇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살아 있는 곤충을 로봇처럼 만드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곤충에 작은 기계를 심어서 '사이보그 곤충'을 만드는 겁니다. '살아 있는 로봇'인 셈이죠. 인간은 이 곤충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어요. 과학자들은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걸까요? 오늘 '나구독'의 라이브스트리밍 채널에서 자세히 다뤄볼게요.

	뇌에는 전극이, 등에는 통신용 ‘백팩’이 이식된 사이보그 메뚜기. 폭탄 탐지용으로 개발됐다.
뇌에는 전극이, 등에는 통신용 ‘백팩’이 이식된 사이보그 메뚜기. 폭탄 탐지용으로 개발됐다. /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홈페이지

	식물 사이를 오가며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로 옮기는 사이보그 잠자리. 열매를 맺게 하거나 벌의 건강을 살피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식물 사이를 오가며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로 옮기는 사이보그 잠자리. 열매를 맺게 하거나 벌의 건강을 살피는 데 사용될 수 있다. / 드레이퍼 홈페이지

	딱정벌레는 비행 능력이 뛰어나고 자기 몸집에 비해 무거운 것을 운반할 수 있어 재난 현장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딱정벌레는 비행 능력이 뛰어나고 자기 몸집에 비해 무거운 것을 운반할 수 있어 재난 현장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 난양이공대학교 홈페이지
'사이보그 곤충'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요.

"우선 '사이보그(cyborg)'라는 단어를 설명해야겠군요. 신체 일부에 기계(cybernetic) 장치를 이식한 결합체를 사이보그라고 해요. 사이보그 곤충은 말 그대로 곤충의 뇌나 다리, 날개 등에 전극 같은 기계 장치를 심은 거예요. 인간이 원하는 대로 곤충의 이동 속도와 방향, 이착륙 등 움직임을 원격 조정할 수 있죠."

어떤 곤충에 어떤 기계를 이식하는 건가요?

"최신 연구를 예로 들어 설명할게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폭탄 탐지에 사용할 수 있는 '사이보그 메뚜기'를 개발해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어요. 메뚜기가 다른 곤충에 비해 후각이 뛰어나다는 점을 활용한 건데요. 우선 메뚜기의 뇌에 전극을 이식해, 폭탄을 제조할 때 사용하는 화학물질 냄새를 맡으면 바로 반응하게 했어요. 그러면 관련 정보가 메뚜기 등에 부착된 장치를 통해 연구팀 컴퓨터에 전송되죠. 메뚜기가 튼튼한 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어요. 무거운 통신 장치를 메도 끄떡하지 않거든요."

우아! 또 어떤 곤충을 활용하는지 궁금해요.

"생존력이 강하고 어떤 장애물도 잘 넘어다니는 바퀴벌레, 비행 능력이 뛰어난 딱정벌레·잠자리 등 다양한 곤충이 실험 대상이에요. 사이보그 곤충은 인간이 가기 어려운 곳에서 활약해요. 재난 구조 현장에서 돌 무더기에 깔린 생존자를 찾거나, 테러 위험이 있는 곳에서 폭발물을 감지해요. 몸이 작아서 돌 틈처럼 비좁은 곳을 구석구석 수색할 수 있거든요. 잠자리 같은 곤충은 식물 사이를 오가며 수분(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로 옮김)을 도울 수도 있죠. 로봇과 달리 적의 눈에 띄어도 의심받지 않기 때문에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해요."

왜 로봇 대신 살아 있는 곤충을 이용하나요?

"로봇 크기를 작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오래 작동하게 하려면 커다란 배터리가 필요하거든요. 반면 곤충은 크기가 아주 작은 데다가 방전될 걱정도 없어요. 스스로 먹이를 먹으면서 계속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동물에게도 같은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는 동물을 활용하는 사이보그 연구가 확대되고 있답니다. 이스라엘은 후각이 뛰어나고 지능이 높은 아프리카대왕캥거루쥐를 지뢰 탐지용으로 기르고 있어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해파리의 헤엄 속도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어요. 이 사이보그 해파리를 이용해 해양 온도와 염도, 산소 수준 등을 추적할 예정이죠. 이 외에도 토끼·비둘기·도마뱀 등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어요."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맞아요. 살아 있는 곤충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실험하고 이용해도 되는지에 관한 윤리적 문제가 남아있어요. 실험동물의 윤리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곤충 실험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않아요. 사이보그 곤충 활용도가 더 높아진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죠. 오늘 라이브스트리밍은 여기서 마칠게요. 채널을 끄고 곤충 생명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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