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초등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방학 아닌 방학'을 한 지 벌써 5주 째입니다. 여기저기서 "운동장에서 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거나 "방학이 끝나기를 기다린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외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학교는 물론, 놀이터와 도서관까지 문을 닫았는데 눈치도 없이 화창한 봄 날씨가 괜히 밉습니다. 이럴 때 우리 선생님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요? 개학을 앞두고 저마다 특별한 방법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선생님들 이야기를 전화로 들어 봤습니다. 어린이가 학교를 그리워하는 만큼, 선생님들이 개학을 기다리는 마음 역시 똑같았지요.

"책·과자 싣고 '산타'로 변신"  [신용회 보성 회천서초 교장선생님]

“얼마 전부터 난 때아닌 ‘산타’가 됐어. 12월도 아닌데 무슨 일이냐고? 따분하게 집 안에 갇혀 있을 학생들을 찾아가 책과 과자를 선물하고 있거든. 평소 아이들이 등·하교할 때 타던 통학차에 학교 도서관 책을 싣고 일주일에 두 번씩 전교생 집을 찾아가는 거야. 학년별로 30~40권을 챙겨 가면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대문 앞에 나와서 몇 권을 골라. 그러면 다음 산타 방문 때까지 심심하지 않게 지낼 수 있지. 사실 우리 학교는 학생이 모두 13명이야. 멋지지? 전교생 수는 적지만 그만큼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로 친해. 그래서 학교에 못 오게 돼 더 쓸쓸해 하는 것 같아 나서게 됐어. 그런데 다들 책보다 과자를 더 반기는 것 같아. 우리 학생들이 사는 동네 주변에 마트가 없어. 과자를 먹고 싶으면 멀리 있는 번화가까지 나가야 하거든. 위생 수칙을 지키느라 집 안에 들어가지 않고, 손 소독제 냄새를 풍기면서 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았지만 다들 반가워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껴. 요새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도 몇 장씩 준단다. 미리 공부할 수 있도록 교과서와 학교에서 보유한 태블릿 PC도 전달했어. 컴퓨터가 없는 아이가 많거든. 잠깐이지만 아이들과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대화를 나누는 게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야.”

"유튜브로 반 친구들과 소통하지" [김진영 인천 대정초 선생님]

“나를 특별히 ‘미남쌤’으로 불러줄래? 유튜브에서 미남쌤이란 채널을 열어 올해 우리 반이 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거든. 왜 미남쌤이냐고? 우리 반 친구들한테만이라도 미남이라고 불리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어. 잠깐 눈물 좀 닦고 올게. 아무튼 이 채널에는 올해 우리 반이 될 대정초 6학년 1반을 위한 영상을 올렸어. 내 소개부터 ‘펭수 그리기’ 같이 재미있는 과제 안내, 반 규칙까지 각각 담았지. 개학이 연기된 다음 아이들과는 계속 화상 수업을 해왔지만, 요새 아이들이 즐겨 보는 유튜브로 알려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해서 10일부터 영상을 올렸어. 개학이 연기된다고 했을 때 난 걱정이 컸어. 학기 초에는 공부 외에 여러 활동을 하면서 친구 사귀는 법 등을 알아가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까 봐. 그래서 우리 교실에는 어떤 규칙이 있고, 올바른 친구관계는 뭘까 등을 먼저 설명해서 아이들이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으면 했어. 난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하는 게 온라인 대화보다 더 좋다고 생각해. 상대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대화에서 오해가 생길 여지도 적거든. 답답한 이 상황을 보내고 빨리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 (큰 사진) 지난 13일 아이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교실 게시판을 꾸미는 신혜경 선생님.(작은 사진) 학생 자리마다 교과서와 이름표가 놓여 있다.

"게시판 예쁘게 꾸미고 이름표 달고!" [신혜경 수원 송정초 선생님]

“안녕, 얘들아~. 나는 올해 첫 담임을 맡은 새내기 선생님이야. 교사 생활 처음으로 1년간 각별하게 지낼 아이들이 생겼는데, 아직 얼굴도 못 봐서 아쉬워. 너희가 새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설레는 것처럼 나도 무척이나 떨려. 새 교실은 정상 개학일이었던 3월 2일 전에 꾸미기를 마쳤어. 처음엔 개학 후 아이들과 함께 채워넣으려고 게시판에 공간을 남겼는데, 개학이 연기됐지 뭐야. 그래서 하나씩 게시물을 더 만들다 보니, 교실에 더는 빈 곳이 없을 정도야. 개학이 늦은 만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교실에 금방 적응할까도 고민했어. 교실 곳곳에 학생들 이름표를 붙이면서 ‘이 교실이 우리 교실이구나’를 느낄 수 있게 했지. 개학일에 아이들이 읽을 ‘칠판 편지’도 썼어. 편지 밑에는 개학일을 ‘3월 2일’이라고 적었는데, 개학이 밀리면서 3월 23일, 4월 6일로 두 번 고쳤지. 얼른 상황이 나아져서 다시는 이 날짜를 바꿀 일이 없으면 좋겠다! 빨리 보고 싶어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