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상징 퇴출' 세계 동상 수난시대 "잘못 있다면 철거" vs. "역사 부정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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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6.29 09:53

콜럼버스·볼테르·처칠 등 행적 논란
밧줄에 묶여 뽑히거나 페인트 뒤집어써

	1.지난 2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볼테르 동상. 2.17일 영국 런던 팔러먼트 광장에서 관계자들이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을 덮고 있던 가림막을 걷고 있다. 앞서 영국 당국은 동상 훼손을 우려해 처칠 동상을 보호판으로 가려놨었다. 3.미국 매사추세츠주(州) 보스턴에서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의 머리 부위가 떨어져 나갔다./
EPA·AFP·AP 연합뉴스
1.지난 2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볼테르 동상. 2.17일 영국 런던 팔러먼트 광장에서 관계자들이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을 덮고 있던 가림막을 걷고 있다. 앞서 영국 당국은 동상 훼손을 우려해 처칠 동상을 보호판으로 가려놨었다. 3.미국 매사추세츠주(州) 보스턴에서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의 머리 부위가 떨어져 나갔다./ EPA·AFP·AP 연합뉴스
세계 각국 동상(銅像)이 수난을 겪고 있다. 빨간 페인트를 뒤집어쓰거나 밧줄에 묶여 뽑혀 나가기도 한다.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사건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 세계로 번지는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인종차별과 관련 있는 인물의 동상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를 놓고 '과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기려선 안 된다'는 의견과 '현재 잣대를 들어 역사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방송 CNN에 따르면, 짐 케니 필라델피아 시장은 이날 마르코느 플라자 공원에 서 있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콜럼버스 동상을 훼손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시민 안전을 우려해 내놓은 대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 탐험가 콜럼버스는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상징적 인물로 기억되는 동시에 미국 원주민 탄압에 앞장선 학살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시위대가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광장에 있는 앤드루 잭슨 전(前) 미국 대통령의 동상을 끌어내리려다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시위대는 잭슨 전 대통령이 원주민을 무자비하게 제압했던 역사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2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볼테르 동상을 손상했다. 파리 시내 한복판에 있는 볼테르 동상은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쓴 채 발견됐다. 이성적 사고와 자유를 강조한 볼테르는 18세기 프랑스 철학을 이끈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의 재산 일부가 노예를 동원한 식민지 무역으로 모은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 인종차별에 가담한 인물 동상을 없애자는 요구가 거세지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식민지 시대 인물의 기념물을 철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를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에선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동상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지난 7일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는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 세워진 그의 동상에 검은 스프레이로 '인종차별주의자(racist)'라고 적었다. 시위대는 처칠이 식민지 인도로부터 쌀을 수탈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념물 철거 움직임에 대해 '역사 조작'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동상 제거에 반대하면서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역사적인 인물을 지우려 한다면 엄청난 거짓말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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