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새끼손가락 길이만 한 매미나방 유충(애벌레)들. 나무 위를 기어다니며 잎을 갉아먹는다./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주말마다 산을 찾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산, 치악산 등 전국 산에 떼로 나타나 등산객을 괴롭히는 '여름 불청객'이 있어요. 바로 송충이처럼 생긴 매미나방 유충(애벌레)입니다. 한환희(경기 남양주 다산한강초 4) 양 가족 역시 최근 북한산에 올랐다가 기겁을 했습니다. 한 양은 "등산로마다 애벌레 수십 마리가 기어다니는 데다 머리 위로도 자꾸 떨어져서 등산을 중도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매미나방은 일상에 불편을 줄 뿐 아니라 나무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는 해충으로 분류됩니다. 올해는 매미나방 수가 급격히 늘어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 유충에서 번데기로 변한 매미나방./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나무는 초토화… 피부 두드러기도 일으켜

독나방과(科)에 속하는 매미나방은 일반적으로 4월쯤 부화해 6월 중순까지 나뭇잎을 갉아 먹고 자랍니다. 6월 중순에서 7월 초에 번데기가 되고 약 15일 후 성충으로 우화(번데기에서 날개 달린 성충으로 변화하는 것)해 7~8일 살다 죽습니다.

문제는 매미나방 유충의 엄청난 먹성입니다. 유충 한 마리가 번데기가 될 때까지 700~1800㎠의 잎을 먹어 치우는데, 나무 종류에 상관없이 잎이란 잎은 죄다 뜯어 먹습니다. 이 때문에 매미나방이 지나간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거나 곳곳이 검붉게 변합니다.

매미나방 유충은 인근 주택가까지 덮쳤습니다. 밖에 널어 놓은 빨래나 장독대 위로 기어다니며 주민들을 못살게 굽니다. 성충이 되면 떼로 날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피부 질환도 일으켜요. 유충의 털이나 성충의 인편(비늘 같은 형태의 가루)이 피부에 닿으면, 가렵거나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 지난달 23일 충북 제천 주택가 철제 기둥에 날아든 매미나방과 매미나방이 낳은 알집./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따뜻했던 겨울 날씨에 개체 수 급증

매미나방은 국내에서는 지난해 충북 단양, 강원 춘천을 중심으로 출몰해 산림에 피해를 줬습니다. 올해는 매미나방 개체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최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실시한 전국 실태 조사에 따르면 10개 시·도 89개 시·군·구에서 6183ha(헥타르)의 산림과 녹지에 매미나방 유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예년보다 이른 시기인 4월쯤 전국 곳곳에 나타났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7월 초 매미나방의 우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난해는 매미나방이 주로 7월 9~10일 우화해 피해를 줬지만 올해는 이 시기가 앞당겨진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유독 따뜻했던 지난겨울 날씨입니다. 보통 곤충이 그렇듯 매미나방 역시 추운 겨울을 나는 과정에서 상당수가 죽는데, 지난겨울 이상 고온으로 살아남은 알들이 대부분 부화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해요. 이처럼 환경 조건에 따라 개체 수가 늘어나는 해충을 돌발해충이라고 합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매미나방을 잡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어요. 지금은 매미나방 유충의 대부분이 번데기가 된 시기라 고치(번데기를 보호하는 껍데기) 위에 살충제를 뿌리는 건 큰 효과가 없습니다. 게다가 살충제는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함부로 뿌리기도 어려워요. 이 때문에 불빛을 좋아하는 매미나방의 특성을 이용해 빛이 나오는 조명으로 유인해 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불어난 알집을 최대한 제거해야 내년 창궐을 막을 수 있겠죠?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이상현 과장은 "이상기후가 계속된다면 매미나방 같은 돌발해충은 당분간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인 예방과 방제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