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갔다 왔으니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지." "외출할 때는 마스크 쓰는 거 잊지 마." "여러 사람이 모인 공간에는 가지 말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고 매일 같이 듣는 말이다. 최근 이런 위생 수칙 지키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 덕분에 매년 여름철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수족구병, 눈병 등 감염이 줄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코로나19로 개인위생이 강조되면서 다른 바이러스 질환 감염이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97개 의료 기관을 조사해 3일 발표한 질병감시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2020년 26째 주) 수족구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체 외래 환자를 1000명으로 봤을 때 1.1명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에 발생한 수족구병 환자는 1000명당 50명을 웃돌았다. 수족구병은 면역체계가 발달하지 않은 6세 이하 영·유아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6월부터 집중 발생하기 시작해 한여름인 7~8월에 가장 많은 환자가 나타나는데, 장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열이나 입안 물집 등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침이나 배설물 등에 직접 접촉해 감염된다. 올해는 거리 두기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으로 감염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여름철 대표 질환인 눈병 환자도 작년의 절반 수준이다. 전국 90개 의료 기관을 조사한 결과 유행성각결막염 환자 수는 지난해(2019년 26째 주) 1000명당 12.4명에서 올해 6.5명으로 떨어졌다. 호흡기 전염병인 수두 환자는 온라인 개학 등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3월부터 뚜렷하게 감소해 작년 같은 기간 1905명에서 올해 438명으로 5분의 1이 됐다. 인플루엔자(독감)는 환자 수가 유행 기준을 밑돌면서 지난해보다 12주 빠른 3월 27일에 유행주의보가 해제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올바른 손 씻기, 기침 예절 준수 등 생활 습관이 개선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일이 줄면서 감염병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