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 시각)은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지 23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의미 있는 날이지만 홍콩 시내 분위기는 살벌했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하 홍콩 보안법)이 이날부터 시행됐기 때문이죠. 이 법안은 '홍콩에서 일어나는 중국 반대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자유가 위축된 겁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제 홍콩은 공산당(중국)이 운영하는 또 하나의 도시일 뿐"이라며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했습니다. 세계 최강국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던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감은 더 팽팽해졌습니다. 홍콩이 누리던 '특별 지위'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홍콩과 국제 정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 문음표

박사님, 국가 간에도 특별 대우해주는 관계가 있나요? 미국이 홍콩에 줬던 '특별 지위'를 박탈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 박사님

음표가 신문을 열심히 보는구나. 1841년부터 영국령(領)이었던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건 알지? 당시 중국과 영국 정부는 '홍콩은 중국의 사회주의 제도와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며, 원래 자본주의 제도와 생활방식을 유지한다'는 내용, 즉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에 두 체제가 존재함)'에 합의했어. 중국령이지만, 홍콩의 자치권을 인정한다는 거였지. 미국도 홍콩을 중국과 구분되는 무역 상대로 인정하고 여러 가지 경제적 특권을 줬어.

어떤 대우를 해줬나요?

미국에 수출하는 홍콩 물건에 낮은 관세를 매겼어. 이 덕분에 홍콩은 미국과 교역하면서 큰 흑자를 볼 수 있었지. 유출에 민감한 미국 최첨단 기술도 홍콩에서는 제재 없이 쉽게 접할 수 있었어. 미국인과 홍콩인은 비자 없이 자유롭게 상대국을 드나들었고, 기업도 서로 국가에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펼쳤어. 미국 기업들은 홍콩을 발판 삼아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했단다. 홍콩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 허브'로 우뚝 설 수 있었지. 하지만 이제 이런 특혜들을 없애겠다는 거야.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건가요?

더 이상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지 못한다고 미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자유로운 도시였던 홍콩이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는 일반 중국 도시와 다름없어졌다'고 본 거지. 직접적인 계기는 중국이 지난달 30일 발효한 '홍콩 보안법'이야. ▲국가 분열 행위 ▲국가 정권 전복 행위 ▲테러 행위 ▲해외 세력과 결탁해 국가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내용이야. 홍콩에서 중국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지. 법을 위반한 사람은 종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단다. 무서워서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겠니? 중국 정부의 홍콩 지배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거야.

혹시 벌써 잡혀간 사람도 있나요?

홍콩 보안법이 시행된 1일 법안 반대 시위가 일어났어. 370명이 체포됐고, 이 중 10명은 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어. 15세 소녀도 '홍콩 독립'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다가 경찰에게 붙잡혔다는구나.

홍콩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주변 국가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단다. 홍콩의 미래가 불안정해지면서 '헥시트(Hexit)'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어. 헥시트란, '홍콩(Hongkong)'과 '엑시트(exit·탈출)'의 합성어로, 홍콩에서 자본과 사람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말해.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지위도 위태로워졌지.

중국의 영향이 점점 커지는 거군요. 미국과 중국의 사이는 더 나빠지는 건가요?

미국과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발발 책임을 두고 다퉜지? 그전에도 관세와 환율 등을 두고 여러 번 대립했잖니. '유일한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미국과 '신흥 대국'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이번에는 홍콩이 갈등의 도화선이 됐구나.

그렇군요. 앞으로 홍콩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