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루니 서울 돈암초 4

등굣길에 담배를 손에 들고 지나가는 어른들과 종종 마주친다. 담배 냄새를 맡으면 연기가 몸에 들어와 나를 아프게 하는 건 아닌지, 내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진 않을지 걱정된다. 그래서 가끔은 숨을 참을 수 있는 만큼 꾹 참으며 재빨리 뛰어간다.

우리나라 흡연율은 31.6％(15세 이상 남성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에서 터키(40.1％) 다음으로 높다는 사실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예전보다는 흡연자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동네를 돌아다녀 보면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어른을 자주 만난다.

어른들은 왜 어린이가 많이 다니는 등굣길에서까지 담배를 피울까? 담배는 아동 건강을 위협한다. 담배에는 니코틴·타르·일산화탄소 등 4000종(種)이 넘는 유해 성분이 있다고 배웠다. 간접흡연은 화학물질과 발암물질 농도가 매우 짙어 폐암과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심각한 경우에는 폐 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담배의 위험성을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는 어른들의 뒷모습은 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길거리나 쓰레기 더미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의 불씨는 화재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친구들과 학교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다가 담배꽁초가 너무 많이 나와 놀란 적이 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을 어른들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담배에 남은 불씨 때문에 어린이들이 자주 다니는 공간에서 불이 나면 결국 우리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등굣길의 어린이 보호구역은 금연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서는 아동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담배 냄새가 나고 청결하지 못한 등굣길은 안전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정책을 만드는 분들께 다음과 같은 내용을 요청하고 싶다.

첫째는 모든 금연 구역,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금연'이라는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아파트 단지나 상가, 길거리에 금연 구역 안내 표지판을 더 많이 설치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 별도로 설치된 흡연 구역을 철저히 관리·감독해서 지정된 곳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어른들이 우리가 겪는 간접흡연 문제를 이해하고, 어린이와 함께 안전한 등굣길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토론회를 열면 좋겠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우리에게 건강하게 자라라고 항상 말씀하신다. 하지만 어른들이 아동의 안전을 모른 척한다면, 우리는 매일 숨을 참으며 뛰고, 버려진 담배꽁초로 인해 불이 나지 않을까 염려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귀찮지만 아프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착용한다. 이처럼 어른들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어린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함께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굿 모션 활동

굿네이버스는 ‘아동권리모니터링단 굿 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이 아동 권리가 침해되는 현장을 직접 조사하고, 자신들만의 시각을 담아 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이다. 작년 한 해만 944명이 참여했다. 어린이조선일보와 굿네이버스는 아이들의 노력이 깃든 의미 있는 변화를 지면에 매주 소개한다.

어린이조선일보 X 굿네이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