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반짝 우리 선생님] 유튜브 채널 '아무교실' 운영하는 새내기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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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30 06:00

망가지는 건 선생님들이 할게
너희는 웃으며 공부하렴

"으악! 나 동작 틀렸어! 다시, 다시!" "컵을 조금 천천히 두드리자. 박자가 너무 빨라."

27일 오후 서울 선사초등학교. 어스름 해 질 녘 찾은 학교에서 한바탕 신나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효진(선사초)·박지언(가주초)·정윤지(용동초)·김하영 교사는 벌써 두 시간째 그룹 싹스리의 노래 '다시 여기 바닷가'에 맞춰 컵타(컵으로 하는 난타)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제 실수 없이 한 번에 찍자! 계속 책상 두드렸더니 팔목 아파." 동료들의 '큐' 사인에 김하영 교사가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3분간 이어진 연주에서 안무를 틀리거나 컵을 놓치는 사람은 없었다. "와! 이번엔 성공한 것 같아! 호흡 척척 맞는데?" 연주를 마친 교사들은 영상을 확인하며 몇 번이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들은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1·2년 차 새내기 교사로, 일주일에 한 번 선사초에 모여 온라인 수업에 활용할 각종 영상을 촬영한다. 이렇게 제작한 동영상은 유튜브 채널 '아무교실(아름답고 무모한 교육 실천기)'에 올려 전국 학생들과 공유한다.

	새내기 선생님들
양수열 기자
재미난 영상으로 아이들 마음 사로잡아요

네 명의 새내기 교사가 운영하는 '아무교실'에는 코로나19 시대 학생들이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교육용 영상이 가득하다. 음악 교과서에 실린 '컵타'를 비롯해 명화를 패러디하는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 초등생 필독서를 추천하는 '학교생활 처방전' 시리즈 등 교과와 연계한 영상을 선보인다.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에선 교사들이 각각 씨름꾼과 엿장수로 변신해 김홍도의 '씨름'을 설명하고, 체육 영상에선 온몸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재빨리 떼어내는 등 다양한 '방구석 운동'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집에서 컴퓨터로 수업 들으려면 얼마나 지루하겠어요. 수업 자료는 최대한 재밌게 만들기로 했죠. 온라인 개학을 한 뒤로 밤잠 줄여가며 아이디어 회의하고,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서 영상을 찍었어요. 몸이 좀 피곤하긴 해도 즐거웠어요. 낮에는 점잖은 선생님이 갑자기 머리 질끈 동여매고 씨름꾼 흉내 내는데 어떻게 안 웃기겠어요."(박지언 교사)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 지난 2월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5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올린 영상만 93개에 달한다. 무료 온라인 수업 사이트인 '학교가자 닷컴'에 영상이 소개되며 채널이 급성장했다〈어린이조선일보 2020년 3월 12일자 1면 참조〉. 그새 구독자도 약 3000명이나 모였다. 구독자는 대부분 초등학생과 현직 교사다. 김효진 교사는 "영상 보고 집에서 해봤는데, 재밌어서 깜짝 놀랐다는 어린이 댓글을 보면 뿌듯하다"며 웃었다. "아이들 반응이 폭발적이에요. 특히 '명화 따라 하기' 시리즈를 좋아하더라고요. 한 학생은 단소를 들고 에두아르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을 표현했는데, 정말 실감 나게 찍었죠. 작품 속 소년과 옷도 비슷하게 갖춰 입느라 온 가족이 옷장을 샅샅이 뒤졌대요(웃음).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작품을 즐기면서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게 돼요."(정윤지 교사)
	①김효진·정윤지 교사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을 선보이고 있다. ②김홍도 풍속화 ‘씨름’을 재연하는 교사들./유튜브 ‘아무교실’ 화면·박지언 교사 제공
①김효진·정윤지 교사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을 선보이고 있다. ②김홍도 풍속화 ‘씨름’을 재연하는 교사들./유튜브 ‘아무교실’ 화면·박지언 교사 제공
대학 룸메이트에서 어린이와 함께 성장하는 교사로

이들 교사는 서울교육대학교 14학번 동기로, 햇수로 7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대학 재학 시절 기숙사 301호에서 함께 지내며 교사의 꿈을 키웠다. 그래서 초창기 유튜브 채널명도 'room(방) 301'이었다.

"학교 다닐 때 넷이 한 세트처럼 붙어 다녔어요. 그냥 서로 얼굴만 보고 있어도 웃길 때가 많아요. 임용시험 통과하고 한동안은 예전만큼 자주 못 만났어요. 낮에는 각자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기 바쁘고, 퇴근 후에도 다음 날 수업 준비하느라 정신없었죠. 그러다 문득, 유튜브를 이 친구들과 같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아무교실' 채널을 열게 됐어요. 물론 유튜브를 시작한 후로 다섯 배는 더 바빠졌지만, 얼굴 볼 시간이 늘어 행복해요."(박지언 교사)

‘교육’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10분짜리 영상 하나 만드는 데 8시간 넘게 걸렸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보며 재미난 효과음과 자막도 연구한다. “가끔 짓궂은 어린이들이 댓글로 ‘완전 재미없다!’며 혹평 남길 때가 있어요. 그럼 다른 아이들이 벌 떼처럼 몰려와서 ‘우리 선생님이 고생해서 만든 영상이야! 나쁜 댓글 남기지 마!’라고 말하죠(웃음). 부족한 실력으로 땀 흘려 만들었다는 걸 알아주니 고마울 따름이에요.”(김하영 교사)

이제 막 교직 생활을 시작한 26세 동갑내기 교사들. 도전하고 싶은 일도, 꿈꾸는 미래도 제각각이지만, 제자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똑 닮았다. “우리가 모이면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선생님 되길 잘했다’고요. 학생들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행복해요. 아이들과 이런저런 경험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김효진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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