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경기 못해 근질근질… 링 위에서 실력 뽐내고 싶어"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기사목록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입력 : 2020.09.16 06:00 / 수정 : 2020.09.17 22:13

	"코로나로 경기 못해 근질근질… 링 위에서 실력 뽐내고 싶어"

초등 무에타이 최강자 박태준 군
지난달 9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전국무에타이파이터붐대회'의 초등부 39㎏급 프로강자전. 엎치락뒤치락 접전이 이어지면서 막 연장전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링 위에 긴장감이 맴돌던 순간, 박태준(광주광역시 월계초 5) 군의 매서운 주먹이 상대 선수의 가드* 사이를 파고들었다. 곧이어 옆구리를 강타하는 발차기 공격이 쏟아졌다. 상대 선수는 금세 코너로 몰리고 말았다.

'땡!'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벨 소리가 울리고 찾아온 판정의 시간. 심판이 태준이의 오른손을 힘껏 들어 올렸다. 자타 공인 초등학생 무에타이 최강자인 태준이가 16번째 출전한 공식 대회에서 16번째 우승을 거둔 날이었다. 자기 몸 크기만 한 챔피언 벨트를 두 개나 갖고 있다는 '무에타이 고수' 태준이를 지난 8일 전화로 만났다.

*가드(guard): 상대편의 공격을 막으려고 양팔을 들어 상체를 가린 자세.


▲지난달 9일 전국 무에타이파이터붐대회 링 위에 오른 박태준(주황색 트렁크) 군./칸스포츠TV 유튜브 영상 화면
야구방망이 두 개를 발차기로 ‘우지끈’!

‘16전 16승 1KO(케이오) 승.’ 화려한 전적(戰績)을 자랑하는 태준이는 무에타이 초등부 국가대표 랭킹 1위다. 32·35㎏ 두 체급을 모두 휩쓴 한국 챔피언이기도 하다. 지난해 일본 챔피언 선수와 맞붙은 경기에서는 심판 판정 3대0 만장일치로 우승을 거뒀다. “무에타이를 잘 모르는 초등학생이 많아요. 태국 전통 무술인 무에타이는 태권도처럼 무기 없이 주먹 기술과 발차기 등으로 대결하는 격투기예요. 다른 게 있다면 무에타이는 무릎과 팔꿈치를 써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죠. 온몸을 공격 도구로 사용하는 거예요.”

태준이가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발차기다. 무에타이에서는 주먹보다 발차기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태준이는 다리 힘을 키우려고 일주일에 3~4번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6~10㎞씩 뛰었다. 양쪽 발목에 900g씩 나가는 모래주머니를 각각 차고서다. 이런 고된 훈련 덕분에 태준이는 나무로 된 야구방망이 두 개를 발차기로 한꺼번에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태준이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요즘은 집에서만 2시간씩 발차기 훈련을 한다”고 했다.
	황금빛 챔피언 벨트를 두른 무에타이 초등부 국가대표 박태준 군. 태준이는 '발차기를 하다 보면 공부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황금빛 챔피언 벨트를 두른 무에타이 초등부 국가대표 박태준 군. 태준이는 "발차기를 하다 보면 공부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작은 고추가 아주 맵다

태준이가 무에타이를 시작한 이유는 작은 키 때문이었다. 5세 때부터 태권도 선수로 활동한 태준이는 뛰어난 실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전국 대회에서 거머쥔 금메달도 5개나 됐다. 아쉽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체격이 큰 선수에게 밀리는 일이 생겼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키가 작아도 불리하지 않은 무에타이로 전향했다.

태준이는 “연장전까지 간 지난달 시합이 지금까지 치른 대결 중 가장 힘들었다”고 했지만, 태준이와 맞설 수 있는 초등학생 선수는 거의 없다. 체육관에서는 이미 키가 훨씬 큰 중학생을 상대로 훈련한다. 무에타이에 발을 들인 지 4개월 만에 국가대표가 되고, 또 3개월 후에는 한국 챔피언으로 우뚝 섰으니 작은 키가 오히려 숨은 보물이었던 셈이다.
“믿음직한 ‘무에타이 고수’ 경찰관 될래요”

태준이에게 무에타이를 가르친 광주 MW짐 노민우 관장은 태준이를 “노력이 빛나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가벼운 몸놀림과 순발력을 타고났지만, 하루에 무에타이 3시간, 태권도 3시간, 달리기 1시간 등 많게는 7시간씩 운동한다”고 했다.

온 힘을 다해 실력을 갈고 닦던 태준이가 요즘은 코로나19라는 ‘강적’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최근 대회를 앞두고 운동량을 늘리고 하루 끼니로 삶은 달걀 3개만 먹으면서 몸을 관리했어요. 그런데 경기 일주일 전에 대회가 취소되고 말았죠. 벌써 올해만 5번째예요. ㅠ.ㅠ” 태준이가 볼멘소리를 냈다. 태준이는 “하루빨리 링 위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태준이의 꿈은 경찰관이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멋진 경찰을 연기한 마동석 아저씨처럼 되고 싶어요. 때로는 다른 친구들처럼 놀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지만, 남들보다 열심히 운동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보란 듯이 든든한 경찰관이 돼서 부모님께 효도하겠습니다!”
  • Copyright ⓒ 어린이조선일보 & Chosun.com
  • 제휴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