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

뱀 한 마리가 긴 몸을 구불거리며 길을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꼬리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는 게 아니겠어요? 뱀 머리가 당황해서 뒤를 돌아봤어요.

"생각해 보니 기분이 나쁘네. 왜 항상 너만 앞장을 서는 건데? 왜 나는 늘 네 뒤를 따라가야 하는 거냐고! 이제 내가 앞장설래."

머리는 어이가 없었어요.

"그거야 눈이 나한테 달렸으니까 그렇지. 너는 눈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대체 어떻게 앞장을 서겠다는 거야?"

하지만 꼬리는 막무가내로 떼를 썼어요.

"나도 잘할 수 있어. 어지간한 길은 아니까 안 보여도 잘 다닐 수 있다니까? 내가 앞장서게 해 주지 않으면 여기서 꼼짝도 안 할 거야!"

하는 수 없이 머리는 꼬리를 따라갔어요. 꼬리는 신이 나서 머리를 끌고 앞서 나가기 시작했죠. 하지만 곧 여기저기 부딪히고 긁히기 시작했어요.

"나뭇가지에 걸렸잖아! 으악, 거긴 가시덤불이라고! 잘 좀 보고 다녀! 아, 맞다. 꼬리 넌 눈이 없지? 어휴."

"미안, 미안. 내가 앞장서는 게 처음이라서 그래. 야, 그런데 앞장서서 가니까 되게 신난다! 룰루!"

결국 큰일이 벌어지고 말았어요.

"그쪽은 안 돼! 낭떠러지야!"

"뭐? 낭떠러지? 어디, 어디? 으악!"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뱀은 몸 곳곳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어요.

꼬리가 간신히 말을 토했어요.

"으, 앞을 못 보니까 위험하구나. 앞으로는 네가 앞장서…."

머리가 한숨을 쉬었어요.

"이미 늦었어. 만시지탄이라고. 곧 죽을 건데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어떤 일을 제때 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친 것을 후회할 때 쓰는 말이에요.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제일 빠를 때다'라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어떤 일은 한번 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기도 하지요. 지금 여러분이 꼭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생각해 봅시다.

이솝 우화로 재미있게 배우는 고사성어 그림책2

배소미 지음｜박영정 그림｜보랏빛소어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