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견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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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0.16 06:00 / 수정 : 2020.10.16 09:26


	/김종연 기자
/김종연 기자
"기다려!" "복종!" "건너!"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119특수구조단' 훈련장. 늠름한 자태의 인명구조견 '태주'가 핸들러(훈련사)인 신준용 소방교 명령에 재빠르게 반응했다. 태주는 높다란 허들을 가볍게 뛰어넘더니 보통 개는 올라갈 엄두도 못 낸다는 흔들다리도 능숙하게 건넜다.

태주와 같은 인명구조견(人命救助犬)은 산사태, 지진, 건물 붕괴 등 각종 위험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도록 훈련받은 개다.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발달한 후각을 이용해 재난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아낸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인명구조견은 모두 28마리. 이들의 활약상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지난 2일에는 산에서 조난당한 60대 2명이 인명구조견에 의해 발견돼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9월, 7년 경력의 인명구조견은 알밤을 줍다 실종된 80대 할머니를 30분 만에 찾아냈다. 잘 키운 인명구조견 한 마리는 구조대원 30명 몫의 일을 한다.
	서울시119특수구조단 소속 인명구조견 태주가 다양한 장애물 넘기 훈련을 받고 있다. 인명구조견은 흔들다리·허들·터널 등 장애물을 두려움 없이 통과해야 한다. /김종연 기자
서울시119특수구조단 소속 인명구조견 태주가 다양한 장애물 넘기 훈련을 받고 있다. 인명구조견은 흔들다리·허들·터널 등 장애물을 두려움 없이 통과해야 한다. /김종연 기자

한눈팔지 않고 사람 구하는 데 ‘집중!’


안녕 친구들! 나야 나, 인명구조견 태주. 민첩하고 똑똑하기로 소문난 벨지안 말리노이즈 종(種)이지. 올해 3살이야! 인명구조견으로 활동한 지는 이제 막 10개월 됐어.
인명구조견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해. 구조견은 119구조대원 못지않은 복잡한 선발 과정과 강도 높은 훈련을 거치거든. 나도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 생후 6개월부터 2년간 교육받았어. 긴 훈련을 끝냈다고 모두 인명구조견이 되는 건 아니야. 수색능력과 사회성, 활동성, 적응력 등 5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시험을 통과해야 해. 핸들러 도움 없이도 홀로 자신 있게 수색하고, 숨어 있던 사람을 발견하면 ‘멍멍’ 큰 소리로 짖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10마리 중 고작 2~3마리 정도만 최종 합격한대.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쑥스럽지만, 난 구조견 인증 시험을 전체 2등으로 통과한 ‘에이스 중의 에이스!’야 후후.


현재 활동 중인 인명구조견은 셰퍼드·래브라도 레트리버·벨지안 말리노이즈 등 대부분 중대형 종이야. 체력이 좋고,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높으며, 사람을 잘 따른다는 공통점이 있지. 그중에서도 인명구조견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복종’이야. 산속에서 실종자를 찾을 때 목줄을 하지 않고 수색하거든. 이때 핸들러 말을 듣지 않고 산 이곳저곳을 제멋대로 뛰어다니면 안 되겠지? 핸들러가 부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당장 달려가야 해. 실종자를 찾았다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큰 소리로 짖어야 하고. 그래서 평소 복종 훈련을 아주 철저하게 받아. 핸들러님 말이 내겐 곧 법이야.


호기심이 너무 강해서도 안 돼. 숲에는 나비와 벌 등 신비한 생명체가 많잖아. 사냥을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개는 실종자 수색을 하다가도 다른 데 쉽게 한눈판대. 나처럼 핸들러 말 잘 듣고, 수색에만 집중하는 영리한 개는 또 없을걸?


하루 사료 600g만 먹으며 체중 관리


인명구조견이라면 체중 관리는 필수! 재난 현장에서 재빠르게 뛰어다녀야 하는데, 살이 찌면 숨이 차서 그럴 수 없거든. 하루에 사료는 딱 600g만 먹어. 물론 더 먹고 싶은 순간이 많아(웃음). 나 같은 대형견에겐 조금 부족한 양이거든. 대신 실종자를 빨리 찾는 등 임무를 잘 수행한 날엔 특식을 먹어! 핸들러님이 사료에 고기 통조림이나 치즈를 얹어 주시지. 특식을 기대하며 매일 열심히 뛰고 있어 하하.

	인명구조견의 모든 것

인명구조견이 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지금까지 다양한 곳에서 활약했어. 한 달 평균 다섯번 정도 실종자 수색에 나서지. 지난 7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실종됐을 때 산 구석구석을 뒤져 유류품(遺留品·죽은 사람이 남긴 물건)을 가장 먼저 찾아낸 게 바로 나야. 출동하지 않는 날에도 항상 ‘비상 대기’ 모드를 유지해.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니 말이야.


나와 동생 태양이는 ‘모란(2010년생·래브라도 레트리버)’과 ‘맥(2011년생·벨지안 말리노이즈)’ 선배님 뒤를 이어 이곳에 왔어. 두 선배님은 지난 7년간 재난 현장을 누비며 20명 넘는 사람을 구했대. 이 밖에도 본받고 싶은 멋진 ‘선배’ 인명구조견들이 많아. 작년에 은퇴한 케빈(벨지안 말리노이즈) 선배님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2013년 필리핀의 태풍 피해지역과 2015년 네팔 대지진 현장에서도 활약했대. 나도 언젠간 선배들처럼 훌륭한 인명구조견이 돼 있겠지?


인명구조견은 훈련 기간을 포함해 최대 8년까지 일할 수 있어. 구조견 연령 8살은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긴 나이거든. 소임을 다한 구조견은 공모 과정을 거쳐 일반 가정에 분양돼. 핸들러 곁을 떠나 새로운 가족과 여생을 함께하지. 그런데 가끔, 구조견은 사나울 거란 편견에 입양을 꺼리는 분들이 있대. 몸집이 크고 나이가 많은 탓에 가정 입양이 잘 안 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 속상해. 국민 안전을 위해 평생을 바친 친구들이잖아. 은퇴한 구조견이 제2의 ‘견생(犬生)’을 누릴 수 있도록, 다들 관심 갖고 응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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